「프라하의 양심」대통령후보 하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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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체코의 신임 대통령으로 유력시되는 바츨라브 하벨(53) 은 한마디로「역사가 만든」인물. 지난1욀 반정부 활동으로 다시 투옥 됐다가 5월에 석방 됐을 때만 해도 그가 설마 체코의 대통령이 되리라곤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흔히「프라하의 양심」으로 불리는 하벨은 체코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극작가로 그의 작품은 지금도 세계 극장 무대에 올려지고있다.
그의 반체제적 기질은 어려서부터 심어졌다. 그의 집안은 체코에서 유명한 가문으로 전전 그의 집안은 프라하 시내에 여러 채의 아름다운 건물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의 숙부는 바란도프 영화촬영소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같은 그의「귀족적」배경은 전후 그를 공산당 정부로부터 백안시 당하도록 했으며, 정규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낮엔 화학 공장 실험실에서 일하고 밤엔 야간대학을 다녀 대학과정을 마쳤다.
이때부터 그의 반항적 기질은 체질화 됐으며, 그의 작품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의 첫 희곡 작품인『메모랜덤』은 카프카적 기지와 부조리로 체제를 비웃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그의 반항 기질은 68년 「프라하의 봄」때 만개, 개혁파 지식인의 기수로서 체코 작가동맹을 무대로 맹활약을 보였다.
체코 민주화운동이 바르샤바 조약군에 의해 짓밟힌 후 하벨의 작품은 상연금지 됐었으나 최근 체코 민주화 물결을 타고 20년만에 다시 상영되기 시작했다.
68년 이후 하멜은 극작가에서 적극적인 반체제 지식인으로 변모했다. 그는 77년 동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인권단체인 「77헌장」그룹을 결성하는데 중심인물로 활약했으며, 이 때문에「공화국 전복기도」혐의로 79년부터 83년까지 약 4년반 동안 옥고를 치렀다.
지난 1월 그가 다시 투옥됐을 때 그의 석방요구는 체코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크게 일어 체코정부에 압력을 가해 드디어 5월 석방 됐으며, 체코 인권운동에 끼친 공로를 인정, 노벨 평화상 후보로 올라 마지막까지 수상을 다퉜다.
지난달 23일 체코슬로바키아 민주화의 성지인 프라하 바츨라브 광장에서 30만 군중이 운집한 가운데『우리는 다시 옛날의 전체주의로 돌아갈 수 없다』고 사자후를 토했던 하벨은 지난10일 같은 자리에서『그 누구도 우리의 평화로운 혁명을 더럽힐 수 없으며, 진실과 사랑은 거짓과 증오를 이기고야 만다』는 명언을 남긴바 있다.
작은 체구에 수줍음을 잘 타는 하벨은 줄담배에 소문난 주당으로 유명하며 청바지와 스포츠 재킷을 즐겨 입는 서민적 풍모의 사람이지만, 자동차만은 서독제 흰색 벤츠를 애호하는 고급취미를 고집하고 있다. <서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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