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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과학 인재 키워야 「첨단꽃」 핀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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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과학기술 측면에서 보면 80년대는 우리의 역사상 가장 큰 전환기요 도약기였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과학기술 투자, 연구원 수, 기업연구소 등 각종 과학기술 지표상으로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70년대의 중화학 공업 추진은 우리에게 기술 자립 없는 공업화 추진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피부로 느끼게 하는 좋은 교훈을 주었고 80년대 도약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 80년대 중반이후 심화되기 시작한 국제기술 보호주의는 원하는 기술은 언제나 외국에서 사들여 올 수 있다는 70년대의 통념을 완전히 바꾸어 놓아 신규 투자사업을 결정함에 있어 기술의 획득가능 여부가 결정적 요인으로 등장하게 됐다.
80년대 말에 와서는 개방화의 강요, 임금상승과 원화절상의 가속화 등의 원인 때문에 우리 힘으로 첨단기술을 개발해 새롭고, 품질 좋으며 이윤이 많이 남는 제품을 창출하지 않고는 외국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길 수 없고 기업과 국가의 발전이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기에 80년대를 통해 민간기업 스스로가 기술개발 투자에 박차를 가해 80년대 초반의 정부대 민간의 과학기술 투자비율 8대2가 80년대 말의 2대8로 일대 역전하는 드라마가 펼쳐진다. 이러한 현상은 연구직이 별 볼 일 없는 한직이라는 사회통념을 바꾸어 놓게됐으며 사상 최초로 성공의 확실성이 보장되지 않는 연구개발 사업에도 1개 프로젝트당 1천억 원 단위의 투자를 시도하는 획기적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반도체 연구개발의 경우 생산시설이 아닌 1개 연구사업에 1천9백억 원을 투입, 리스크를 걸고 사업에 착수한 것은 10년 전 만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으며 불확실성에 과감히 도전하는 개척자적 정신의 연구개발 없이는 우리의 사활이 걸린 첨단기술에 도전할 길이 없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실증해 보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90년대에 우리가 도전해야할 첨단기술 개발에의 길은 아직도 멀고 험난하다. 왜냐하면 선진국에서는 1천억 원 단위가 아닌 1조원 단위의 연구개발사업에 도전 해온지 오래며 그것도 국가차원이 아닌 1개 기업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80년대는 여러 가지 경험을 축적한 과정으로서 첨단기술 개발에 있어 대학교 졸업 단계를 마친 것으로 비유된다.
대부분의 대기업은 정부 출연(연) 수준의 연구환경과 시설을 구비했으므로 80년대의 경험 축적은 90년대부터 꽃피우기 시작하리라 기대된다.
앞으로 정부 출연(연)과 기업의 연구소가 80년대 경험을 토대로 유기적 협동과 역할분담을 해갈 경우 90년대 말까지는 대형 리스크를 필요로 하지 않는 분야에서 선진국수준에 도달할 것이다. 그러나 90년대에 기필코 해결해야 할 과제는 대학 연구 활동의 선진 수준화다. 기업이든, 연구소든 선진국과 대결할 수 있는 유능한 두뇌의 공급을 대학에서 원활히 해주지 않으면 첨단기술 개발의 주역인 인재공급이 불가능해지며 국적있는 첨단기술 개발도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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