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하강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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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세계적 경제성장의 주요 엔진이었던 미국의 소비가 둔화하면서 세계경제가 서서히 활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리인상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미국의 소비감소가 예상되지만 대안으로 꼽히는 유럽연합(EU)과 일본.중국 등도 긴축정책, 달러 약세 등의 악재에 직면할 것으로 보여 세계경제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로치는 15일 파이낸셜 타임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2003~2006년 연평균 4.8% 성장해 1970년대 초반 이후 가장 좋았던 세계의 경제호황이 정점을 지나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치는 미국 주택가격 상승이 주춤하고, 주택거래 건수가 급감하는 등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산가격 상승을 바탕으로 한 소비증가에 의존해 세계경제가 성장하던 최근 몇 년간의 양상은 끝났다고 진단했다. 이제는 자산소득 증가가 아닌 임금상승에 따른 소비증가만 기대할 수 있는데, 임금상승이 억제돼 있기 때문에 경제 둔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2004년 6월부터 17차례나 올린 미국의 금리인상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미국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로치는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EU나 일본이 미국을 대신해 세계경제의 엔진이 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EU의 높은 성장률은 2007년치가 미리 나타난 것에 불과하고 조만간 '긴축 재정정책' '금리인상 효과' '유로화 강세'라는 3대 악재를 만나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비록 호황을 맞고는 있지만 소비지출이 미국의 3분의 1에 불과해, 미국의 소비지출이 1% 준다면 일본 소비자가 3% 더 지갑을 열어줘야 세계경제를 지탱할 수 있는데 그런 일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2분기 경제성장률 11.3%를 기록한 중국은 경기 과열로 불가피하게 긴축정책을 펴야 할 상황인데, 만일 중국이 경착륙할 경우 인근 일본.한국.대만은 직접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로치는 주장했다. 최근 활황세인 인도는 아직 중국 경제규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 세계경제에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실정이다.

로치는 최근 4년간의 세계적 경제호황은 주요 중앙은행의 저금리정책에 따른 유동성 과잉과 부동산 거품, 미국의 쌍둥이 적자(재정.경상 적자) 덕분일 뿐 결코 지속가능(sustainable)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런 불균형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세계적인 경기 위축은 불가피하다는 게 로치의 결론이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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