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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교체 급류…스타탄생 "러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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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세계 스포츠계는 올해 세대교체의 급류를 일으키며 무수한 새 스타들을 탄생시켰다. 이러한 전환과 신풍은 올림픽을 치른 이듬해에 나타나는 스포츠계의 통례다. 올 시즌 세계 스포츠계의 두드러진 얘깃거리를 모아본다.

<◇극동 여걸들의 세계 제패>
한국의 소녀궁사 김수녕(18·청주여고)은 여자양궁에서 인간의 한계를 돌파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8올림픽에서 2관왕을 차지하며 세계정상에 우뚝 선 김은 올 세계선수권대회 30, 50, 60, 70m 거리별 기록과 개인종합, 그리고 단체전까지 석권하며 전 종목에서 세계 최고기록을 수립, 기네스북에 올랐다.
한편 구미선수들이 독무대를 이루던 여자 피겨스케이팅계에서 일본의 이토 미도리(20)가 세계선수권(4월·파리)을 동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테니스 제국 서독>
윔블던대회는 온통 서독판이었다.
남자단식결승에서는 보리스 베커(21)가 지난해 챔피언 스테판 에드베리 (23·스웨덴)를 꺾었으며, 여자부에서는 슈데피 그라프(20)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32·미국)를 제쳐 서독 선수가 동반 정상 정복을 달성.
한편 프랑스 오픈에서는 17세의 대만계 미국 소년 마이클 창이 남자 단식을, 역시 17세의 아란타 산체스(스페인)가 여자부 패권을 차지해 무서운 10대의 위력을 유감 없이 발휘했는데 이들은 그랜드슬램 1백년 사상 최연소 챔피언을 기록.

<◇중국 탁구 아성의 균열>
남자 탁구의 만리장성이 무너졌다. 단식 챔피언 발드너(24)를 앞세운 스웨덴은 세계선수권대회(5월·서독)에서 4연패를 구가해오던 중국을 압도, 16년 만에 남자 탁구의 정상에 복귀.
73년 사라예보대회 우승 이후 중국에 밀려난 스웨덴은 장자량·천룽찬·텅이가 버티는 중국과 83년 세계선수권 이후 네 차례 결승에서 대결한 끝에 마침내 남자탁구 천하통일을 이뤘다.

<◇체조 신성의 대거 등장>
세계 체조계는 뛰어난 신인들이 대거 등장, 완벽한 세대교체가 이루어졌으며 특히 중국세가 급성장.
새로운 요정 소련의 보긴스카야(16)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늘씬한 몸매(1m64cm·47kg)에 밸리댄스까지 구사하는 등 독특한 안무로 기존의 스타 실리바스·도브레(이상 루마니아) 등을 밀어내고 개인종합우승을 차지.
남자부에서도 역시 소련의 신예 코로프친스키(19)가 서울 올림픽 우승자 아르테모프를 제치고 우승.
중국의 리징(19) 리춘양(20)이 혜성같이 등장, 평행봉·철봉 우승을 차지했고 여자부의 팡디는 2단 평행봉에서 우승, 중국으로서는 79년 마야훙이 평행봉에서 우승한 후 10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

<◇파란의 윌드컵 축구>
브라질이 월드컵 축구본선14회 연속 출장이라는 유일한 개근팀이 된 반면 과거 아홉 차례나 본선에 올랐던 프랑스는 예선 탈락.
아시아 대륙에서는 예선 전적 1승4무의 아랍에미리트가 사상 처음의 행운을 안았고 북중미의 미국은 40년 만에 본선행.
브라질-칠레 경기에서 칠레의 GK 로하스가 브라질 관중이 던진 폭죽에 화상을 입어 브라질의 기권승이 선언되기도 했으나 후에 GK의 부상은 자해행위로 밝혀져 영구제명 당하는 해프닝이 연출됐다.

<◇모로코의 별 아위타>
사이드 아위타(29)가 남자 3천m에서 7분29초45의 세계신기록을 수립, 육상계의 새로운 전설을 이룩했다.
이 기록으로 아위타는 1천5백m부터 2천·3천·5천m까지 중장거리 4개 부문 세계 최고기록을 동시에 보유하는 전인미답의 신경지를 개척.

<◇조국보다 사랑을->
전 세계여자탁구 챔피언인 허즈리(하지려·24)가 일본의 탁구대표선수를 지냈던 오사카 탁구협회이사 고야마씨(36)와 10월1일 결혼, 중국을 떠났다.
이어 약 3주일 후 자오즈민(초지민·26)이 한국의 안재형(25)과 혼인했고 루마니아가 낳은 세기의 체조요정 나디아 코마네치(28)가 유부남인 연인 콘스탄틴 페니트(34)를 찾아 미국으로 망명을 감행.

<◇마의 8피트를 껑충>
「남자 장대높이뛰기」 「남자 1마일」 등과 함께 깨지지 않는 마(魔)의 3대 기록으로 남아있던 남자 높이뛰기의 8피트 벽이 마침내 허물어졌다.
1m92cm 갈색피부의 쿠바 육상스타 하비에르 소토마요르(21)는 7월 카리브해 실내육상선수권대회에서 2m44cm를 뛰어 넘어 종전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세계기록(2m42.6cm)을 경신함으로써 「마의 벽」을 깨뜨렸다.

<◇문학 박사 타이슨>
프로복싱 세계헤비급 통합 챔피언 마이크·타이슨(23·미국)이 지난 4월 오하이오 센트럴 스테이트대에서 명예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4년째 세계 정상을 지키며 37전승(33KO)을 기록하고 있는 핵주먹 타이슨은 너무 강한 펀치 때문에 마땅한 상대가 없어 인기가 시들, 왕년의 알리와 대조가 된다.

<◇소련의 첫 프로 선수>
지난 10월 영국 웸블리에서의 국내 타이틀전에 앞서 열린 오픈게임에 2명의 소련 복서가 등장.
4회전 선수로 링에 오른 예고로프와 오레슈킨은 사상 처음 금메달이 아닌 돈을 벌기 위해 세계프로복싱 무대에 등장한 것.
새로 구성된 소련 프로복싱연맹의 리핀스키 회장은 『우리는 30년 동안이나 이날을 기다려왔다. 맨 처음 조루이스가 우리 챔피언에게 대결을 제의했을 때는 스탈린이 반대했고 지난 76년 미국 프러모터가 1백50만 달러짜리 미·소 대결을 제의했을 때는 소련 스포츠 위원회가 이를 거절했었다. 그러나 이젠 당당히 대결, 승리와 함께 돈도 가져갈 수 있게 됐다』고 공언.

<◇일, 스모 점령한 미 용병>
일본의 민속씨름인 스모(상박)계에 하와이출신의 미국인으로 일본에 귀화한 고니시키(소금팔십길·25·2백24kg)가 정상을 차지.
고니시키는 일본 스모계의 최정상 요코즈나(횡강) 지요노후지(간대노부사)를 누른 것을 포함, 14승1패의 놀라운 기록으로 72년 같은 하와이 출신인 다카미야마(부견산) 이래 17년 만에 외국인으로서 우승.

<김인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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