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야 협상 미룬 채 집안단속-5∼6일내 시한 받은 민정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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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6일이라는 5공 청산 시한을 대통령으로부터 통고 받은 민정당은 대야막후 협상보다는 당 내분수습에 먼저 착수했다. 당직자들은 일제히 나서 정호용 의원 및 정 의원 지지의원들을 만나 자진사퇴와 서명작업중지를 설득하고 있다.
아울러 백담사와의 접촉도 강화하고 있는데 정 의원 측의 반발이 여전하고 백담사와의 접근도 여의치 않아 대통령의 지시대로 조기에 일이 매듭 될지, 아니면 내분이 잠복 또는 장기화할지 예측키 어렵다.
이춘구 사무총장은 6일 청와대회의 직후 정호용 의원을 직접 만나 대통령의 노기를 설명하고 사퇴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또 박준규 대표위원은 7일 정 의원 지지 핵심의원을 만났고 이한동 총무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법정대리인인 이양우변호사를 만났다.
민정당은 일련의 접촉에서 정 의원 본인이 사퇴결단만 내려주면 굳이 중집위를 열어 「사법처리원칙」의 당론을 변경하는 절차를 밟지 않을 것이며 노골적인 협박은 않고 있으나 노 대통령이 정 의원지지 서명의원들에게 의원배지도 뗄 수 있다고 말했음을 알려주고 압력을 강화.
이춘구 총장은 정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5공 청산 연내종결의 절박성을 설명하고 「최소한의 성의표시」로서 정 의원이 명예퇴진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 총장은 정 의원이 자진 사퇴할 수 있는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증언포기를 1회 증언으로 「완화」 해줄 것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자신은「조건부사퇴」를 「사퇴」쪽에 무게를 두는 당의 해석에 반감을 표시하며 △전씨 증언포기 △5공 문제 더 이상 불 제기 △1노3김의 대 국민서약 등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 때문에 두 사람간에는 아무런 결론이 없었으며 정 의원은 대통령의 직접면담을 요구했다는 후문.
7일 박준규 대표위원과 정 의원 지지서명 주도의원들인 김용태·오한구·이치호·정창화 의원의 회동 역시 양측의 입장설명만 나열.
박 대표가 노 대통령이 얼마나 서명운동에 화가 났으며 자칫 신상에 위험이 올 수 있다는 점을 소상히 설명했으나 4명의 의원들은 『정 의원이 나간다고 정국안정과 노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게 없다』고 강력히 반박했다는 것.
박 대표는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 정 의원에 대한 노골적 사퇴요구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정 의원 지지자들도 상당한 부담을 안았을 것이라는 해석.
박 대표는 소속의원들을 만난데 이어 이날 저녁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인 송년의 밤」에 참석, 야당총재에게 직접 협조를 재차 촉구.
이들과 귀엣말을 나눈 박 대표는 『지난주 개별적으로 전달한 민정당제안을 재확인시켰다』고 설명.
박 대표가 3김씨에게 밝힌 민정당 구상은 △핵심인사처리는 정의원 한사람으로 하고 △정 의원 사퇴는 광주책임이 아닌 구국차원으로 하며 △전 전 대통령의 증언은 1회로 하자는 것 등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박 대표는 『내주 화요일쯤 청와대에 결과를 보고하게 될 것』이라고 귀띔.
박 대표는 또 『야당이 우리제의를 받아들이면 정 의원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볼 수 있는데 야당이 오히려 대상을 확대하려고 해 서로 물려있는 상태』라고 어려움을 토로.
당 지도부의 집중공격을 받고있는 정호용 의원진영은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지만 내심 불안한 표정도 엿보이고 있다.
지지의원들은 그간 정 의원 발언 및 노 대통령 귀국후의 대책을 숙의, 최악의 경우 서명자 명단을 공개하려했으나 노 대통령의 「진노」가 보통 강도가 아님을 전해들은 다음부터 다소 주춤하는 인상.
대책회의에서는 오한구·김용태·이치호·정창화 의원 등 서명파 핵심의원 외에 정동성·김영귀 의원 등도 이따금 참석하고 있는데 7일 밤에는 정 의원 주재로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대책을 논의.
정 의원은 아직도 자신이 제시한 조건의 충족 없이는 절대 주저앉지 않으며 『혈혈단신이 되더라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공언하고 있는데 과연 몇 명이 최후까지 행동을 같이할지가 관심.
정 의원 측은 노 대통령의 부재중 꾸준히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왔는데 무조건 숫자를 늘리기 보다 내실을 기하는 쪽으로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 측은 민정당내에는 핵심 당직자 외에는 정 의원의 사퇴를 적극 지지하는 의원은 극소수라는 주장인데 이 같은 세력을 가지고 노 대통령 지시를 집행하려는 당 지도부와 정면 대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중.
핵심참모들은 이미 정 의원이 탈당하는 최악의 경우 함께 당을 떠날 것인가, 아니면 잔류해 정 의원의 의견을 당내에서 대변할 것인 가도 검토중이라는 얘기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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