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me] 라틴 음악에 젖는 8월 "마음 열면 영혼이 리듬과 춤춰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처음 '로스 반반'을 만난 것은 2002년 4월. '밤으로의 긴 여로' 공연을 끝내고 쿠바로 건너갔을 때였다. 이들은 쿠바 전통음악에 재즈 색깔을 가미한 댄스음악으로 38년째 활동 중인 정상급 밴드(보컬 네 명이 포함된 18명의 대형 오케스트라)였다. 그래미상도 두 번이나 받았다. 공연을 본 뒤 느낌은 내가 정말 살아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음악으로 자유를 느낀다는 게 이런 것일까. 쿠바의 태양은 쿠바인에게 세계 최고의 리듬을 선물했나 보다.

-영미권 음악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나라는 쿠바와 브라질뿐이라고 생각한다. 쿠바 음악의 강점은.

"쿠바 사람에겐 음악과 춤이 전부다. 쿠바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바로 춤을 춘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그렇게 발전한 쿠바의 댄스 음악은 라틴 음악에도 영향을 줬다."

-하바네라.맘보.차차차.룸바에서 최근의 살사까지 쿠바음악은 주기적으로 화제가 됐다.

"쿠바 음악은 가사가 항상 밝진 않지만, 리듬은 늘 행복하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준다. 가난과 고통의 가사를 노래하며 모든 멤버가 웃고 춤춘다. 관객들도 따라 춤춘다. 한 편의 블랙코미디가 아닌가? 이것이 쿠바 음악이 사랑받는 이유다."

-쿠바는 고립된 나라이지만, 로스 반반은 R&B.록.재즈 등 세계 주류 음악과 소통하며 자신만의 장르를 만들었다.

"정치적 이유 때문에 로스 반반은 메이저 레코딩 회사와 계약할 수 없다. 그래서 라이브 공연이 유일한 소통의 장이다. 라이브 연주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유럽.호주.일본 등 말이 통하지 않는 무대에서 음악만으로 대화를 시도한다. 한국 관객과 음악으로 대화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

-일렉트릭 기타를 도입하는 등 실험적인 행보를 거듭한 이유는.

"처음 일렉트릭 악기를 사용했을 때 '쿠바 음악의 전통을 저버렸다'는 대중과 평단의 불만이 많았다. 그러나 결국 일렉트릭 악기와의 퓨전 음악을 인정하고 사랑하게 됐다. 사람들을 춤추게 하는 모든 장르의 음악과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그 요소를 쿠바 음악에 접목해 왔다."

-음악적 영감은 어디서 얻나.

"쿠바에서의 삶이 음악적 영감을 준다. 쿠바라는 특별한 나라에서 음악을 하기 때문에 늘 신선한 음악을 만들 수 있다. 다른 나라에 망명해 부유하게 살 수도 있지만, 사랑하는 쿠바에서 살아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

-1969년 창단 이래 '쿠바의 비틀스'로 불리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사랑 노래만 하지는 않는다. 쿠바 사회문제와 대중의 삶을 대변하는 노래도 만든다. 초기에는 혁신적이고 세련된 음악으로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관객이 60대 노인부터 10대까지 다양하다."

-로스 반반 음악을 즐기는 방법을 알려 달라.

"살사 댄스를 못 춰도 되고, 스페인어를 몰라도 된다. 머리로 음악을 이해하려 하지 말고, 영혼이 음악과 춤출 수 있게 마음만 열면 된다. 저절로 당신의 몸이 움직일 것이다."

(공연 문의 02-2187-6222)

정리=정현목 기자

4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첫 내한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브라질의 재즈 보컬리스트 이타마라 쿠락스(41). 그는 한국팬들의 열정적 반응 덕분에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며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앙콕르곡으로 'Can't take my eyes off you'를 재즈발라드로 불렀는데, 관객 몇 분이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저도 울 뻔했어요."

'브라질의 태양을 닮은 여인'으로 불리는 쿠락스. 1990년대 이후 최고로 꼽히는 여성 재즈 보컬이다. 4옥타브의 음역으로 스탠더드와 프리재즈를 넘나드는 폭넓은 음악성을 과시한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도 강렬함과 부드러움을 조화시킨 음색으로 많은 재즈 팬을 매료시켰다.

브라질 음악이 다른 라틴음악에 비해 감미롭다는 평가에 대해 그는 "포르투갈.프랑스.네덜란드 등으로부터 많은 외침을 당하면서 음악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며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결합도 브라질 음악을 특징 짓는 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루이스 봉파 등 브라질 음악의 거장들과 작업하면서 유연성과 절제미를 배웠다"며 "그들 덕분에 브라질 음악이 미국 재즈와 교류, 멜로디.하모니.비트가 더욱 풍부해졌다"고 말했다.

쿠락스는 "노래를 부를 때 먼저 그 곡이 만들어진 배경을 이해하고, 첫 느낌을 전달하려 노력한다"며 "일본 뮤지션과 보사노바 앨범 두 장을 만든 것처럼 한국의 재즈 뮤지션과도 함께 일할 기회를 갖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현목 기자

◆Gipsy Kings (집시 킹스) / The Very Best Of Gipsy Kings

'팝 플라멩코의 제왕' 집시 킹스의 히트곡 모음집. 기존의 플라멩코에 남미의 다양한 리듬이 섞인 이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여러 색깔이 선명하고 예쁘게 어우러진 한잔의 칵테일이 생각난다. 귀에 익숙한 노래가 많은 것도 앨범의 장점. (소니BMG)

◆Los Amigos Invisibles (로스 아미고스 인비시블레스) / <The Venezuelan Zinga Son, Vol. 1 (더 베네수엘란 싱가 송 Vol.1 / '2004년작)>

베네수엘라의 명 그룹 로스 아미고스 인비시블레스는 생고무처럼 탱탱한 라틴리듬에 디스코.펑크.애시드재즈.일렉트로니카를 혼합한 개성 만점의 음악을 선보인다. (서울음반)

◆ Goya & Carmina (고야 & 카르미나) / Bahia Lady (바이아 레이디)

벨기에 기타리스트 프란시스 고야와 볼리비아 여성가수 카르미나가 함께한 달콤한 라틴앨범. 주로 보사노바의 명곡들을 재해석했으며, 고야의 섬세한 기타 연주에 얹힌 카르미나의 촉촉한 보컬이 일품이다. 관능미와 성숙미 청량감이 공존하는 음반. (한이뮤직)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