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연극교류 활발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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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한국과 일본간의 연극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80년대를 마감하면서 그 동안 한일양국 연극계의 숙제였던 상호교류가 점차 늘어나면서 곧바로 본궤도에 진입하고 있은 것이다.
그간 제3세계 연극제나 아시안게임·서울올림픽 등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일본의 연극이 간간이 국내에 소개되기는 했으나 교류가 본격화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한국인 2, 3세들이 주축이 돼 일본연극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신주쿠료잔바쿠가 지난10월27∼29일 서울동숭아트센터에서 『천년의 고독』을 일본어로 공연한데 이어 우리 나라의 극단신시는 11월10∼11일 일본 가가와연극제에 참석, 『배비장전』을 공연했었다.
오는 16∼18일 문예회관대극장에서는 극단 산울림의 초청을 받은 일본극단 지인회가 『샤카나이진혼곡』을 공연한다. 우리 나라 민간극단이 일본의 극단을 초청, 일본작품을 무대에 올리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앞으로 두 나라간의 이러한 상호초청공연이 크게 늘어날 추세다.
원제가 『석가내구패』인이 작품은 일제말기 일본에 강제 징용된 최동백이라는 한 한국인과 일본 서민가족과의 만남을 통해 전쟁과 군국주의를 비판한 휴머니즘연극이다.
나오키(직목) 문학상수상작가로 일본의 대표적 원로작가인 미나카미 쓰토무(수상면)가 쓰고 연출까지 한 이 작품에서 특히 여주인공 후지코역으로 출연하는 아사리 가즈요(천리향률대)양의 연기는 일본예술제상을 수상하면서 정상급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인회는 일본의 대표적 극단인 문학좌의 중견연출가였던 기무라 고이치(목촌광일)씨가 81년 창단한 프러덕션시스팀 형태의 극단으로 두 차례에 걸쳐 재일한국인 노인들을 위한 양로원건립기금을 기부하기도 했던 「친한」연극단체. 연간 평균3백회 이상 공연하며 문학좌·민예·배우좌·사계 등과 함께 일본5대 극단으로 꼽히고 있다.
극단 산울림측은 관객들을 위해 무대상단에 스크린을 설치, 우리말 자막을 보여줄 계획이다.
한편 한국연극협회는 내년9월 동경연극제에 참가키로 하고 곧 극단선정작업 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한일간 연극교류에 대해 우리 나라연극인들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권오일 연극협회 이사장은 『한일간의 연극교류는 우리의 시야를 넓게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영화나 대중가요와는 달리 연극은 순수예술인만큼 왜색문화의 영향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또 이번에 지인회를 초청한 극단 산울림 대표 임영웅씨도 『일본 연극은 공연윤리위원회의 각본심의와 문공부의 승인을 거쳐야하는 만큼 저급 왜색문화의 침투는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다』며 『순수예술차원의 교류는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재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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