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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대교~수서 강남순환 고속도 환경에 막혀 '10년하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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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시가 강남권 교통난 완화를 위해 1994년부터 추진해온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건설을 둘러싼 논쟁이 10년째 계속되고 있다.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는 성산대교 남단~양재천~강남구 일원동 수서IC를 잇는 34.8km의 'L'자형 도로. 주민 반대로 그동안 일부 노선을 변경하고 안양천 구간 지하화 등 조정을 거쳤으나 자연환경 훼손을 우려하는 시민단체들과 학교 앞 관악 인터체인지 설치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서울대학교의 반대 목소리는 여전하다.

공사 착공이 계속 미뤄지자 도로가 통과할 예정인 지역의 일부 주민들은 "교통난 해소를 위해 하루빨리 도로를 건설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는 지난해 9월 실시설계가 끝난 금천구~강남구의 동서구간(22.9km)에 대한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오면 곧바로 공사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2001년 12월 시작된 환경영향평가는 재심의를 거듭하며 진행 중인 데다 결과가 나오더라도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반발을 무릅쓰고 착공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환경난.교통난 가중될 뿐"=서울대와 서울대 총학생회.경제정의실천연합.녹색교통운동.녹색연합.환경운동연합 등 2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하는 공동대책위'는 강남순환도로가 관악산과 우면산을 관통하는 터널을 포함하고 있으며 도로 주변 학교나 아파트 등 주민 밀집지역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점을 들어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또 이 도로가 환경을 파괴하면서도 교통난 해소에는 별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수도권 외곽의 장거리 통과 교통을 끌어들여 강남지역의 교통혼잡이 오히려 심화될 뿐이라는 것이다.

공대위 공동대표인 심재옥(沈載玉) 시의원은 "환경에 막대한 악영향을 주고 교통에도 별 효과가 없는 도로 건설을 위해 2조6천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이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원웅 의원은 지난 8일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관악산.우면산 등 한강 이남의 주요 녹지축이 파괴될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순환도로 건설은 친환경적인 도시건설을 위해 청계천을 복원하고 있는 서울시의 정책과 배치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교통난 해소 위해 건설 불가피"=시는 92년 사업을 구상한 이래 10여년간 타당성 조사와 지역주민의 여론 수렴을 하면서 신중하게 건설계획을 추진해온 만큼 백지화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강남순환도로가 건설되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올림픽대로와 남부순환도로의 통행량을 분산시켜 교통흐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경기도 분당에서 서울 관악구 봉천동으로 이사를 온 허충복(52)씨의 경우 남부순환로의 정체로 집에서 13km 거리인 강남 대치동 회사까지 평균 1시간30분이 걸린다. 허씨는 "2008년이면 강남순환도로 건설이 완료된다는 서울시 발표를 듣고 이사를 했다"며 "사업이 계속 지연되고 있어 답답한 마음에 최근 구청에 빨리 도로 건설에 착수해 달라는 민원을 냈다"고 말했다.

환경 훼손 문제에 대해 시는 "가능한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안양천 구간은 고가 대신 지하도로로 건설하도록 방침을 바꿨으며, 소음 및 대기오염 방지를 위해 방음벽과 수림대를 충분히 조성하고 터널 내 배기가스를 정화시켜 배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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