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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감독들 패기의 도전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정동진·이광환에 김인식씨 가세>
○…프로야구 제2세대감독인 정동진(정동진·삼성) 이광환(이광환·OB) 김인식(김인식·쌍방울) 등 후배감독들이 선배이자 1세대 감독인 3김씨(김영덕 김성근 김응룡) 타도를 선언하고 나서 90년 시즌 프로야구는 이들 선·후배 감독들의 자존심대결까지 경쳐 뜨거워질 전망이다.
특히 2세대 감독의 선두주자인 정·이 감독 등은 89년 시즌 이들 선배감독으로부터 호된 시련(?)을 받은 터여서 더욱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지난 시즌 미국유학을 마치자마자 OB감독으로 컴백한 이광환감독은 젊은 감독다운 파기로 「자율야구」를 선언하며 선배감독들에게 도전장을 냈으나 해태 김응룡감독에게 7승1무12패, 빙그레 김영덕감독에게 8승12패, 태평양 김성근감독에게 8승12패로 「묵사발」이 되는 등 감독취임 첫해부터 호된 시련을 겪었다.
이감독은 특히 미국식야구를 표방, 일본프로출신인 김영덕·김성근감독으로부터 집중 공세를 받아 초반 9연패를 당하는 등 완패했다.
또 삼성의 정동진감독도 박영길(박영길) 전감독의 도중하차로 자신의 계획(?) 과는 달리 앞당겨 감독에 올랐으나 역시 선배감독들의 집중공세에 시달리면서 해태전 8승12패, 빙그레전 6승1무13패, 태평양전 9승1무10패로 후배의 서러움을 듬뿍 맛보았다.
기록경기의 내용면에서, 혹은 선수단관리면에서 경험 부족이 역력했던 이들 두 감독은 그러나 89년 마무리훈련을 마치면서 자신감을 회복, 3김 감독에 대한 집중공세를 편다는 전략을 짜고 상호 긴밀한 유대관계를 갖는 등 본격적인 세대교체를 선언하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지난 1년간 내부 다지기에 주력하느라 개성적인 야구를 결 수 없었다』고 주장한 정동진 삼성감독은 「침묵하는 감독」 「무개성의 감독」이라는 이미지를 깨고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정감독은 우선 『해태의 독주를 더 이상 용납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90년 시즌에 2세대 감독들의 진정한 실력을 보여주겠다고 결의를 보였다.
정·이 감독 등은 특히 김인식 쌍방울감독의 취임으로 수적 열세를 극복한 후 상호 트레이드·친목강화 등을 통해 협조를 다지기로 하는 등 선배감독들과 조직적인 대결을 벌여나갈 것을 암시했다.
한편 프로야구계 터줏대감으로 군림하고 있는 3김 감독도 2세대 감독들의 도전이 89년 시즌과는 달리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취약점 보강에 나서는 등 프로야구 스토브리그는 이례적인 열기로 후끈거리고 있다.
현재 각 구단은 지난 시즌 취약점 보강을 중점목표로 마무리 훈련에 한참인데 3김 감독이 거느리는 빙그레·태평양 등이 일본·대만 등으로 동계훈련을 떠날 채비를 하는 반면이들 2세대감독들은 해외 전훈계획을 전면 철회한 채 혹한과 악조건을 스스로 감당하는 국내훈련을 자청하고 있어 정신력에서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세대 감독들이 89시즌 패배의 아픔을 되씹으면서 설욕의 칼을 가는 동안 터줏대감 감독들은 『아직은 멀었다』는 느긋한 자세여서 90년 시즌 양측의 승부는 정신면에서 2세대측이 압도할 것이라는 게 최근 훈련을 지켜본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권오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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