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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10년 미술시장] 미술품 가격 책정의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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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몇 달 전 거금 2백만원을 그림에 투자했다. 공산품과 다른 맛이 엄청 좋았다. 한데 우연한 기회에 다른 화랑에서 그 작가 작품이 걸려 확인했더니, 웬걸 절반이라고 한다. 화랑 주인이 딱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작품 값이 이렇게 춤춘다니…. 말도 안된다. 이제 다시는 그림 안 산다."

실제 상황이다. 지방의 그 애호가는 화랑의 이중가격제 정글 앞에 발길을 돌린 사람이다. 김순응(서울옥션 대표)씨의 진단을 들어보자.

국내미술 시장은 근대시장 이전의 난장(亂場) 수준이라는 것.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장이 살아나길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잡는 격이다.('한 남자의 그림사랑' 1백45쪽)

이중가격제 이전에 호당(號當) 가격제도 문제다. 작품의 물리적 크기로 값이 산정되는 데다 값을 공급자가 매긴다는 모순 때문이다. 또 IMF 관리체제에 편입된 이후 떨어진 가격을 자존심 때문에 작가들과 화랑이 인정치 않고 있지만, 막상 실제 거래는 훨씬 낮은 가격에서 이뤄진다.

이중가격제는 이렇게 해서 형성됐다. 외국처럼 유통경로를 다원화해 화랑과 경매시장이 50대 50으로 균형을 잡는 게 시급하다. 작가와 화랑들이 그 이전 과대평가된 가격의 거품을 빼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시장 재건의 관건인 '컬렉터에 대한 신뢰 회복'은 이 토대 위에서 비로소 가능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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