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훈풍 타고 "바이코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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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내 증시가 14일 미국 증시의 강세에 힘입어 연중 최고치에 육박했다.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9.5포인트 오른 7백66.52. 연중 최고치(9월 9일 7백67.46)에 불과 1포인트 차로 다가섰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이날도 2천2백16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8일째 '바이코리아'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5월 이후 외국인의 누적 순매수 규모는 11조원을 넘어섰다.

◇뉴욕증시 호조=13일 뉴욕증시는 미국 기업들의 실적 호전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나스닥지수는 18.22 포인트(0.95%) 오른 1933.53으로 마감해 19개월 만에 최고치에 올라섰고, 다우존스지수도 1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뉴욕증시가 상승하면 자금이 주식형 펀드로 유입되고, 한국시장과 관련이 많은 이머징마켓 펀드와 아시아퍼시픽 펀드의 투자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나타나게 된다"며 "뉴욕증시는 취업자수가 8개월 만에 증가하는 등 고용 쪽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면서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골드먼삭스는 3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내수 회복에 힘입어 최근 4년간 가장 높은 수준인 6.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인 순매수 이어질 듯=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5월부터 11조2천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바이코리아 행진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추세대로라면 주가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에 덤으로 원화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 안선영 연구원은 "달러화 약세로 달러 이외의 자산에 대한 외국인의 선호가 커지고 있다"며 "미국 경기회복이 가시화하면서 아시아에 대한 투자비중 또한 커질 여력이 많아져 외국인의 매수세는 꾸준히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경기의 회복을 기대하는 외국인도 적지 않다. 전세계적으로 경기가 서서히 나아지고 있어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도 정치적으로 불안하기는 하지만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JP모건 임지원 이사는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상반기가 경기 저점이었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환투기 자금 가능성=최근 외국인의 순매수가 뉴욕증시의 강세와 세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지만 전문가들 가운데는 '지나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신흥증권 이필호 팀장은 "최근 한국에 들어오는 자금은 환차익 등을 겨냥한 투기성 자금이거나 달러 약세로 인한 미국 자산의 가치하락을 피하기 위한 도피성 자금의 성격이 있다"며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둔화될 경우 수급 공백이 발생해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면 경제 회복이 빨라지고, 국가 신용등급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외국인이 미리 주식을 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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