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앵커 윤현진 "여전히 운명적 사랑을 꿈꿔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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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初心)’이란 말을 떠올려본다. 무엇을 하든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후회도, 좌절도, 포기도 없을 것이다. 오직 세상에 대한 희망과 열정, 용기만이 자리할 뿐. SBS 윤현진 앵커를 보고 있으면 그런 초심의 기운이 느껴진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을 것 같은 처음 그 자리에서의 모습.

inside story #1_입사 6년차 아나운서, “아직도 신입 사원 같은 걸요”

해맑은 웃음이 마냥 소녀 같기만 했는데, 어느덧 6년차에 이르는 경력에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걸 보니 과연 프로이지 싶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는 물론 연륜이라지만 정작 중요한 건 마인드의 차이가 아닐까. 오늘도 어제와 같은 초심으로, 그러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준비하며 노력하는 이에게선 늘 빛이 난다.

2년 전, 윤현진이 SBS ‘주말 8시 뉴스’ 앵커를 맡는다고 했을 때 주위 시선 속엔 의아함이 배어났다. ‘악(惡)’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법한 얼굴로, 세상사의 쓴맛을 전하는 모습이 상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시청자들은 저녁 8시의 윤현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특유의 편안함이 깃든 그녀의 뉴스엔 풋풋함과 열정, 소박하면서도 또렷한 기운이 감돈다. 보는 이를 즐겁게 하는 그녀만의 힘이 아닐까.

“지금 돌이켜보면 처음에 좀 더 유연하게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들어요. 뉴스란 무작정 딱딱하고 심각한 걸로만 여겼어요. 그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전달하는 역할인 것을, 뭐가 그리 어려워 긴장했었는지…. 잔뜩 경직된 자세로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 아마도 보시는 분들이 불편하셨을 거예요. 그래도 이젠 뉴스의 묘미가 무언지도 알 것 같고, 덕분에 조금씩 편하게 진행하고 있어요. 지금도 배워가는 중인 거죠.”

스스로를 적응력이 느린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녀. 내성적인 성격 탓에 무엇 하나가 편안하게 다가오려면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단다. 주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작은 변화에도 부끄러워하고…. 자신의 약점을 술술 내뱉는 모습 뒤엔 늘 어딘가 부족해서, 꾸준히 갈고 닦아야 한다는 그녀만의 마인드 컨트롤이 깔려 있는 듯했다.

“무언가를 이뤄야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어요. 그저 어떻게 하면 현재 나한테 주어진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죠. 그러고 보니 지난 6년 동안 정말 바쁘게 열심히 살아온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를수록 생각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자연스레 부족한 부분들이 자꾸 보이게 되잖아요. 몰랐던 것들을 새로 배우는 일이 정말 신났어요. 아직도 전 신입 사원 같은 기분이에요.”

inside story #2_젊은 날의 사유(思惟), “혼자여서 세상의 소리에 집중할 수 있어요”

휴가를 내려고 다른 이에게 내 일을 떠넘기는 것이 싫어, 지금껏 휴가다운 휴가 한 번 내지 못한 채 일에 매진해왔다. ‘2006 독일 월드컵 특집 8시 뉴스’ 진행을 위한 이번 독일행이 그나마 ‘휴가’라면 휴가일까. 그래도 격주로 녹화하는 ‘TV 동물농장’과 뉴스를 제하면 비교적 예전보다는 여유가 많아진 편. 친구들과 어울려 수다 떠는 것도 즐기는 그녀지만 의외로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특히 ‘혼자’라서 발견하게 되는 묘한 매력도 터득한 지 오래다.

“저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제게는 한 주를 잘 지낼 수 있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보통 주말에 뉴스를 끝내고 나면 밤 9시 정도 되는데, 회사 앞 극장에서 영화 한 편 보고 들어가면 기분이 참 좋아져요. 혼자 영화를 보다 보면 정말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고, 그 느낌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거든요. 집에서도 혼자 조용히 책을 보고 음악을 듣고 하는 시간들이 제겐 최고의 휴식이자,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게 하는 귀중한 에너지인 셈이죠.”

나고 자란 곳이 여의도인 만큼, 앞마당으로 여겨지는 여의도공원은 그녀가 사랑하는 또 하나의 공간. 가족들과 함께 여의도공원을 산책하는 것도 삶의 기쁨 중 하나이며, 따로 시간 내서 운동하는 것보다 꾸준히 그리고 즐겁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여름이 되니 밖으로 나와 운동하는 사람들도 점점 더 많아져 공원엔 활기가 넘쳐나고 덩달아 에너지가 솟아나기까지 한다.

‘내가 느끼는 것만큼 딱 100%만 보여주자’. 사유의 시간들을 통해 그녀가 다짐한 자기와의 약속이다. 공인의 자리에 있다 보면 뜻하지 않게 ‘나 아닌 나’의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을 경계하고 싶었다. 스스로를 포장하고 부풀려서 120%를 보여주려 애쓰지 말고 그저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느낀 그대로 살아가자는 것. 그래야 시청자들도 부담 없이 편안하게 자신을 바라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렇게 윤현진은, 꾸밈없는 담백한 아나운서이고 싶다.

inside story #3_아리따운 스물여덟, “여전히 운명적 사랑을 꿈꿔요”

그녀가 좋아하는 것 중 빠뜨려선 안 될 것이 바로 요리. 윤영미, 이혜승, 김주희 등 아나운서 선후배들과 함께 요리 동아리를 만들어 틈날 때면 요리 강습을 받곤 한다. 서로 스케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 자주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새로운 요리 수업을 받을 때마다 배웠던 자료들을 차곡차곡 모아 정성스레 파일로 만들어 놓기까지 했다.

“언젠가 해줄 사람이 나타나면 써먹게 될지도 모르잖아요(웃음). 근데 솔직히 아직 결혼은 내 얘기가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준비가 되지도 않았고요. 아마도 그동안 일하는 게 너무 재밌어서 다른 것에 큰 의미를 두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해요. 참, 그러고 보니 예전에 어떤 역술인이 전 결혼을 늦게 해야 좋다는 말도 했었는데…. 언젠간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별로 조급한 마음은 없어요.”

물리적인 노력이 가해진 만남은 피하고 싶다. 그래서 그녀는 회사에 들어온 후 소개팅도 한 번 한 적이 없다. 사실, 그녀는 여전히 운명적인 사랑을 믿고 있었다. 내가 누군가를 고르고 누군가가 나를 선택하고가 아닌, 정말 이 세상에 마치 약속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옷깃을 스치게 되는 인연으로, 그래서 아름다운 추억을 쌓아가는 연인으로 만나게 될 어떤 사랑. 그 신비하고도 소중한 인연의 끈을 꿈꾸는 오늘은 진실로 가슴 설레는 순간들인 것이다.

“가끔은 결혼이란 게 정말 행복하고 아름다운 것 같다고 여겨지기도 하는데, 정지영 선배를 볼 때면 그런 느낌을 받아요. 그 누구보다 얘기가 잘 통하는 사람, 늘 언제나 자기 편이 되어주는 사람과 함께 살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이요. 출장 가는 남편 따라 함께 여행도 다녀오는 모습을 볼 때면 정말 부럽기도 하죠. 각자 서로의 일도 잘 꾸려가면서 안팎으로 든든한 후원자가 되는 모습이 참 보기 좋거든요.”

그녀는 자신이 다른 이들에게 밝고 유쾌한 사람으로 비치길 소망한다. 언젠가 사랑할 이가 나타난다면, 그만큼 자신을 환하게 웃게 해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한데 당분간은 일에서 느끼는 흥분과 만족감만으로도 지금의 삶이 충만할 것 같다.

지난 6년간 걸어온 길이 나를 새롭게 변화시켰고, 그 배움의 즐거움에 충분히 행복했으니까. 정말이지, 지금도 신입 사원이던 그때 그 모습처럼 하루하루가 설레고 신나는 순간들이니까. 뜨거운 태양 아래 풀꽃이 흩날리는 여름 향기가 고스란히 묻어날 것만 같은 여인. 그래서 그녀의 미소 속에 번지는 싱그러움은 여전히 빛바랠 줄을 모른다.

(여성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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