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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리포트] 코 앞으로 다가온 정부 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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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옛말은 부동산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잇따른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 아파트값이 잡히지 않자 정부가 주택거래허가제.토지공개념.다주택자 보유세 강화.재건축 및 재개발 사업에 대한 개발이익 환수제 등과 같은 메가톤급 부동산투기 대책을 준비 중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도 13일 국회 시정 연설에서 "부동산 가격은 반드시 안정시키겠다"고 강조함에 따라 주택시장이 급격히 가라앉는 분위기다.

메가톤급 대책이 나오면 주택경기가 얼어붙어 주택업체는 물론 부동산중개업소.분양회사.부동산컨설팅업체 등 부동산 및 주택 관련 업종 종사자들의 어려움이 커지게 된다. 시장이 과열되지 않고 적당히 유지됐더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같은 고통은 그동안 분양가 인상 경쟁.아파트값 담합.무리한 거래 알선.매물 매점매석.투기 부추기기 등으로 인한 자승자박(自繩自縛)의 결과로 무시하고 싶지만 이와 무관한 사람들의 아픔을 생각하면 안쓰럽기 짝이 없다.

진작 특단의 조치를 취해서라도 집값을 잡았더라면 선의의 피해자는 없었을텐데 이제 와서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을 정도의 충격요법을 쓰면 엄청난 불로소득을 챙긴 투기꾼들은 이미 다 빠져나가고 뒤늦게 내집 마련에 나선 실수요자들만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는다면 정말 곤란해진다. 지금까지 어설픈 정책으로 면역성만 키워와 어지간한 처방으로는 약발이 안먹힐테니 더욱 걱정이다. 재건축을 억제하는 9.5대책도 극약처방이라 할 정도로 매머드급이었는데도 약효는 잠시일 뿐 오히려 집값만 올려 놓은 부작용만 낳았다. 이런 상황이 재연되면 정부의 신뢰도가 떨어져 전반적인 경제정책에 혼란이 생길 소지가 많다.

또 한가지 명심할 대목은 이랬다 저랬다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예측 가능한 정책이어야지 사정이 달라졌다고 중간에 바꿔버리면 완벽한 투기억제책이라도 약효는 오래가지 못한다.

다른 정책도 그랬지만 부동산 정책은 유달리 변덕이 심해 어렵사리 주택값을 잡아놓은 공적을 하루 아침에 공염불로 만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 않았던가.

그렇다고 시장을 완전히 죽여서는 안된다. 거래는 활발하게 이뤄지게 하되 세금으로 매매차익 등을 환수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보유세만 많이 물면 얼마든지 비싼 집에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주택산업이 발전되고 주택시장도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 아닌가.

아무튼 대통령까지 나서 집값을 잡겠다고 호언했으니 이번에는 어떤 정책이 나올까 기대된다.

최영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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