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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반노조」인식 버리고 노조선 「정치파업」중지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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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내년 노사분규의 양상이 사회적 관심사가 되고있는 가운데 한국노동경제학회(회장 김황주 교수·연대)가 2일 오후 경희대에서 「한국노사관계의 방향모색」이라는 주제로 연구발표회를 가졌다.
이날 광운대 윤성천 교수(노동법)는 단체교섭의 범위에 대해, 숭실대 임종률 교수(노동법)는 쟁의행위의 정당성과 한계에 대해, 한양대 김재원 교수(노동경제학)는 임금교섭의 실태와 개선방향에 대해, 숙대 김장호 교수(노동경제학)는 최근 노사분규의 성격과 파급영향에 대해 각각 주제발표를 했다.
◇단체교섭의 대상(윤성천)=노사간 교섭의 범위가 어디까지 인가하는 문제가 최근 큰 쟁점으로 부각되어있다.
노총은 단체협약안에서 임금·근로조건·조합활동에 관한 사항에 국한시키지 않고 인사에 관련된 사항, 경영성과에 따른 공정분배사항, 생산기계 속도 및 작업강도, 휴업합병 하청 사업의 확대·축소문제 등 인사·경영사항도 포함시키고 있다.
반면 경총의 표준협약안은 인사·경영·생산관련은 배제시키고 임금·근로조건·복리후생·조합활동에 관한 사항 등만을 교섭대상으로 꼽고있다.
노조가 산업별로 전국적 조직형태인 영국·서독의 경우는 단체교섭사항은 임금·근로시간 등 초기업적 근로조건에 한정하고 인사·경영 등 그 밖의 사항은 노사협의기구에서 논의하는 양상이다.
사업장단위로 협약이 이루어지는 미국의 경우는 노사협의제가 일반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노조와의 단체협약에서 인사·경영관련 사항까지 교섭대상으로 다룰 수 있다. 다만 인사·경영사항은 임의적 대상이어서 사용자가 교섭을 거부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쟁의가 발생했을 때 대체로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판례의 대도다.
노조가 기업별로 조직된 일본의 경우는 인사·경영문제를 포함, 교섭대상을 가장 폭넓게 다루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일찍부터 인사·경영권침해반대를 주장해왔고 지금도 논란이 계속되고있다.
일본에서의 판례와 통설은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에 직접 관련이 있는 사항이면 인사나 경영문제도 교섭대상이 된다는 절충형을 택하고있다.
이렇게 볼 때 우리의 경우에 있어서 인사권·경영권이 법적 권리로서 확립된 개념이 아니고 내용도 명백하지 않은 만큼 일률적으로 교섭대상에서 제외시키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반대로 모든 것이 교섭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견해도 찬성할 수 없다.
인사·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이라도 근로조건의 향상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거나 조합원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항이고 사용자의 처분권한내에 있는 것이라면 교섭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를 법에 획일적으로 정하기는 부적당하기 때문에 일본처럼 절충형으로 해석해 나가는 것이 융통성 있는 방법일 것이다.
◇쟁의의 정당성과 한계(임종률)=정당한 쟁의행위라고 하기 위해서는 목적과 수단이 모두 정당해야한다.
사용자·비조합원·거래선의 사업장출입을 저지하는 행위나 사업장 안전보호시설을 침해하는 쟁의 등은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인사·경영관련 요구는 그 목적상 정당성이 없어 쟁의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와 근로조건의 향상에 영향을 주는 것은 쟁의대상이 된다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부당해고나 단체협약불이행 등 권리분쟁도 쟁의대상이 되는가에 대해서도 견해가 엇갈려 정책적 정리가 요망된다.
정부에 대한 요구를 관철하려는 정치파업은 부당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다만 근로기준법개정처럼 정치적 요구가 근로조건향상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는 경우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도 있다. 이 경우도 극히 단시간의 파업에 그쳐야 수단의 정당성을 인정받게 된다.
◇임금교섭 개선방향(김재원)=노총·경총이 임금인상선을 제시할 때 생계비 등 기초자료에 대한 합의를 하고 합리적·과학적인 수준을 제시, 격차를 좁혀나가야 한다.
공동교섭확산을 위해 외국처럼 업종별 상설교섭기구를 설치할 필요도 있다.
우리의 국제경쟁력 등을 감안할 때 최근 제조업의 임금수준은 대체로 적정했다는 것이 발표자의 판단이며 따라서 앞으로는 실질임금이 생산성향상과 연계되어 결정될 필요가 있다.
또한 임금이 경영성과와 개인능력에 탄력성을 갖도록 능률급체제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물론 기업의 경영공개 등 노사간 신뢰가 필수요건이다.
학력별 및 대기업·중소기업간의 임금격차해소노력도 있어야한다.
정부는 물가·주택정책, 분배정책을 통해 노사임금협상에 긍정적 여건을 조성해야한다.
◇분규의 파급영향(김장호)=최근 우리의 노사분규는 근대적인 대등 교섭구조 설정을 위한 진통이라는 성격을 갖는다.
87년의 분규는 무규제적 성격이 강했으나 점차 준법투쟁의 모습으로 개선되고 있다. 분규는 진통과 함께 경제의 구조적 체질개선, 형평문제해소 등 긍정적 영향도 가져왔음을 인정해야한다.
이 같은 노사관계의 환경변화에 따라 기업인들은 이제 반조합주외적 의식을 갖고서는 기업을 운영할 수 없게됐음을 인식해야한다. 경제난국일수록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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