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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워싱턴·보스턴·시카고·LA행 폭파 미국 5개 도시가 1차 목표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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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영국발 미국행 항공기 폭파 테러 음모가 적발된 다음 날인 11일 전 세계 공항에 테러 비상이 걸렸다. 공항들은 기내 반입 허용 수하물을 엄격히 제한하기 시작했다. (사진 위부터)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앨런타운 리밸리, 일본 도쿄 나리타, 영국 런던 개트윅 공항에서는 검문검색이 한층 강화돼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앨런타운.도쿄.런던 AP.로이터=연합뉴스]

영국 경찰이 체포한 항공기 테러 모의 용의자들은 5대의 비행기에 탑승, 미국의 뉴욕.워싱턴.보스턴.시카고.로스앤젤레스 상공에서 폭탄을 터뜨릴 계획이었다. 또 이들은 1, 2차에 걸쳐 총 17대의 항공기를 폭파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는 10일 이번에 적발된 테러 음모의 1차 목표물은 며칠 내로 영국 공항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5대의 비행기였다고 밝혔다. 인터넷 뉴스 데일리 메일은 'D데이'가 8월 16일이었다고 전했다. 테러 모의 용의자들은 또 1차 테러 뒤 12대의 비행기를 추가로 폭파시킬 테러를 준비했다고 영국의 더 타임스가 미국과 영국의 정보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의 정보 당국자들은 1차 테러의 목표였던 항공기의 도착지가 뉴욕.워싱턴.보스턴.시카고.로스앤젤레스였다고 밝혔다. 테러 모의 용의자들은 1차 테러를 위해 미국의 세 항공사 아메리칸.콘티넨털.유나이티드의 비행 스케줄까지 세밀하게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경찰은 테러 공격이 임박했다는 정보에 따라 24명의 테러 모의 용의자의 집을 급습해 체포했다. 용의자들은 대부분 런던에 거주하는 파키스탄계 영국인이었지만 무슬림으로 개종한 백인 2명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을 체포한 영국의 대(對)테러팀은 1년 전부터 테러 모의자들을 추적해 9일 밤 전격적인 체포작전에 들어갔다. 체포된 용의자 중에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과거에도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사람도 있었다. 체포 과정에서 자살폭탄을 터뜨리기로 돼 있던 사람이 녹화한 것으로 보이는 테러 의식화용 '순교 비디오'도 압수됐다.

테러 용의자들은 폭발용 액체를 스포츠 음료에 담아 항공기에 반입한 뒤 기내 화장실에서 일회용 카메라의 플래시 장치나 MP3에 숨긴 기폭장치와 연결, 폭파시킬 계획이었다. 용의자들은 비행기를 폭파시키는 데 사용하려 했던 액체폭탄의 공항 검색대 통과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범행 직전 예행연습까지 계획했던 것으로 보도됐다.

영국의 정보 당국은 그동안 용의자들 간의 인터넷 통신을 면밀히 추적해 왔다. 이를 통해 이들이 대서양 상공이나 미국 대도시 상공을 선회할 때 비행기를 폭파시키려 한다는 테러 계획을 사전에 파악했다.

이들의 목표는 미국 영토와 공중에서 최대한의 사망자와 파괴를 유발시키는 것이었다. 존 리드 영국 내무장관은 "(테러가 일어났더라면) 전례가 없는 대규모의 인명손실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한 테러 전문가는 "최소 1500명이 사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재무장관은 10일 체포된 용의자들의 자산에 대해 동결조치를 취했다. 용의자 중에는 수천 파운드가 예금된 은행 계좌를 갖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이와 관련, 미 정보 당국자들은 상당한 자금이 파키스탄에서 2명의 테러 주모자에게 비행기 티켓 구입비 명목으로 송금됐다고 주장했다.

마이클 처토프 미 국토안보장관은 "용의자들의 테러 계획과 규모, 테러 장비들을 감안할 때 이번 테러를 기획한 조직이 잘 훈련됐으며, 테러 수행 능력도 뛰어난 조직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용의자들이 세운 동시 다발적인 테러 계획은 알카에다의 전형적인 테러 특징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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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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