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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노트] 무료 공연까지 유료로 바꿔놓은 1일 이용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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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9월16일부터 9일간 열리는 '2006 전주세계소리축제'(이하 소리축제)가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입장권을 1만원(학생 7000원, 어린이.노약자.장애인 5000원)짜리 1일 이용권(One-Day Ticket)으로 통일하고 이를 구입하면 야외 이벤트까지 최대 6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연지홀.명인홀에서 열리는 실내공연 중 한 개는 좌석권까지 예약할 수 있다. 예년에 1만~5만원 하던 공연들이다. 객석의 50%을 예매분으로 할당하고 나머지 50%는 현장 구매자용으로 남겨 놓았다. 현장 구매는 개막 2시간 전 티켓 부스에서 좌석번호가 적힌 입장권을 받아야 한다.

소리축제 정일흥 홍보사업부장은 "공연 자체보다 축제 전반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통합 입장권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1일 이용권 도입으로 지난해 매출액(7200만원)의 두 배가 넘는 1억5000만~2억원어치 티켓을 팔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연 좋기만 할까. 우선 예년에는 대부분 무료였던 야외공연도 이번에는 1일 이용권을 사야 볼 수 있게 됐다. 축제 권역을 울타리로 막아 출입을 통제하고 프린지 공연이 열리는 놀이마당만 개방하기로 했다.

무한정 발행되는 '자유 이용권'의 특성상 꼭 보고 싶은 공연이 있어도 뒤늦게 예매하거나 공연 시간에 임박해 현장에 도착하면 좌석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가장 인기있었던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206석)의 판소리 공연 같은 것은 행동의 재빠름이나 운수소관에 맡겨야 한다는 얘기다.

소리축제가 올해 처음 자유이용권을 도입한 것은 '축제 속의 축제'로 포함된 WOMAD(세계음악무용축제)가 '원 데이 티켓'을 발행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규모 관객을 위해 야외에서 펼쳐지는 WOMAD나 록 페스티벌, 영화제라면 몰라도 소리축제와 통합 입장권은 어울리지 않는다. 소리축제는 실내 공연을 위주로 하고 여기에 부대행사로 야외 이벤트를 곁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테마파크나 관광지가 아니다. 놀이기구는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는 자기 차례가 오지만 실내 공연은 객석이 차버리면 기회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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