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의 단식농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문교당국과 학교측은 모순된 교육현실에 항의하는 우리 중·고생들에게 구속·퇴학·정학이라는 비교육적 탄압을 자행해 왔습니다. 전교조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징계 당한 1백62명의 학우들을 우리의 품으로 되돌려주지 않는다면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29일 오후 서울여의도 평민당사.
10여개 농성단체가 내건 각종 구호와 격문이 어지럽게 나붙은 당사 한 귀퉁이에서 허기와 피로에 지친 모습으로 8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는 4명의 고교생들의 항변.
부산·광주·마산·창원 지역고교생 대표자협의회장인 이들이「구속학우석방」「부당 징계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한 것은 22일. 하루가 다르게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고 있음에도 요구조건이 관철되기 전까지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한해 평균 1백 여명의 학우들이 살인적인 입시교육과 비인간적인 기계화교육으로 인해 절망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광고 협의 장 이형준군(18·광덕고3)등 학생들의 항변은 끝이 없었다.
학생들의 단식농성은 이들이 대표하고있는 조직의 규모와 확장속도를 보면 분명히 하나의「사건」일수밖에 없었다. 『올해 7월29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발족해 27개교 대표가 참여하고 있고 10만 광주고교생이 회원인 광고협은 한꺼번에 4천명의 학생들이 참가한 독자적인 집회를 치를 정도의 광범위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고협과 마창고협에도 각각 40개교와 15개교가 참가하고 있습니다.
교육현장의 황폐화에 대한「이유 있는 항변」을 들으면서 전교조에 이어 전교협 이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는 예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이하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