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억제 유전자 국내서 첫 발견|원자력 병원 이제호 박사 팀서 난소암 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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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금까지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발암 유전자)에만 관심을 쏟던 국내 의학계가 발암을 억제하는 유전자의 연구에 처음으로 착수했다.
원자력 병원 이제호 박사 (생화학 연구 실장) 팀은 여성의 난소암 경우에도 암 억제 유전자가 있음을 처음으로 밝혀내고 자세한 구조를 규명하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박사는 인체내의 6번·11번·17번 염색체에 난소암의 발생을 억제하는 유전자가 있다는 사실을 규명하고 이를 미국 암 학회에 보고하는 한편 대한 암 학회 학술 대회에서 특강을 통해 발표했다.
암 억제 유전자 연구는 동양의 음양 이론과 마찬가지로 유전자에도 발암성을 가진 것이 있는 반면, 억제 유전자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바탕을 둔 것이다.
미국에서는 80년대의 중요한 연구로 암 억제 유전자 규명이 관심을 끌면서 상당한 진전을 이룩해 암 정복의 길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가톨릭 의대 남궁성은 교수 (산부인과)는 『기초 연구이기 때문에 당장 임상에는 적용할 수 없으나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암 연구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기초 연구가 쌓이면 암의 발생 위험을 줄이는 예방 대책에 활용되고 장기적으로는 암의 유전자 치료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암 억제 유전자가 존재할 것이라는 가설은 지난 71년 미국의 너슨 박사에 의해 처음으로 제시됐다.
이후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활기를 띠어 지난 83년 미 보스턴 안과 병원 드리아 박사가 어린이의 눈에 생기는 암 (망막 아세포종)에 암 억제 유전자가 있음을 세계 최초로 밝혀내고 DNA (디옥시리보핵산)의 염기 배열까지 규명해냈다.
이어 85년에는 어린이 콩팥암 (윌림스 종양)의 암 억제 유전자가 캐나다 카비니 박사에 의해 발견됐다.
이 박사의 연구 성과는 부위별로 따질 때는 세계 6번째이며 발생률은 비교적 다른 여성 암에 비해 낮으면서도 여성 암 전체 사망자의 50%를 차지하는 불치의 난소암 관련 유전자로는 세계에서 처음이다.
이 박사는 『실체가 완전 규명된 것은 망막 아세포종 뿐』이라고 밝히고 『세계 의학계의 노력으로 실체를 모두 규명하면 암의 예방·치료에 획기적인 길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 했 다. <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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