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개발원 존폐 논쟁 학계로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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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4월 공익 자금 70억원을 재원으로 방송 위원회가 설립한 독립 재단 법인체인 한국 방송 개발원의 필요성에 대한 논쟁이 방송 학계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개발원은 설립 직후부터 방송사 노조를 중심으로 한 현 업자들로부터 반발을 받아 왔으며, 이에 따라 최근에는 개발원 운영 전반에 관한 개선을 위해 현 업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시점에서 방송 개발원 설립에 관계했던 서울대 박명진 교수 (신문학과·방송 개발원 이사)가 『월간 신문과 방송』 11월 호에 개발원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방송 개발원 왜 필요한가」라는 글을 기고한데 이어 서울대 추광영 교수 (신문학과)가 『언론과 비평』 12월 호에 개발원의 폐지를 주장하는 「방송 개발원 왜 문제되는가」라는 글을 기고해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먼저 개발원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박 교수는 자신의 글에서 『연수·프로그램 개발·영상자료 보관 등 개발원의 사업 계획은 기본적으로 현재의 방송이 안고 있는 문제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먼저 연수 기능과 관련, 현재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방송인 훈련이 제대로 안되고 있기에 연수 시설은 필요하며 각 방송사의 중복 투자에 따른 비 능률을 막기 위해 단일화된 연수 기구로 개발원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프로그램 개발과 관련해서도 제작에 쫓기는 현업 방송인들이 일상 업무에서 벗어나 다양한 국내외 자료와 정보를 접하면서 새로운 프로그램 형식을 개발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개발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개발원의 폐지를 주장하는 추 교수는 개발원의 설립 과정과 운영 방식의 비민주성·폐쇄성을 열거하고 『방송은 전문가인 방송인들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교수는 개발원의 설립을 「6공 비리」의 하나라고 강조하고 그 근거로 ▲설립 과정에서 준조세격인 공익 자금 70억원을 배정 받으면서도 아무런 여론 수렴 과정이 없었던 철저한 비 공개성 ▲탄생 이전에, 즉 사업 계획서와 예산서, 정관을 제출하지도 않은 채 공익자금을 변칙으로 배정 받은 탈법성 등을 예시했다.
추 교수는 또 개발원의 사업 내용과 관련, ▲방송법에 따라 연수 기능은 방송사에서 독자적으로, 또는 방송사간의 연대로 공동 연수 기관을 설립해 운영해야 하고 ▲조사 연구 업무도 방송법과 한국 방송 광고 공사법에 따라 방송 위원회나 방송사 자체에서 해야 할 일이며 ▲방송 자료 운영도 기존의 자료 시설을 활용하고 현업인 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방송사 자체에 두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추 교수는 또 개발원 자체의 비 전문성과 예·결산에 대한 감시, 통제 장치 부재에 따른 방만한 예산 집행 등도 지적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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