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이륙 중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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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5일 오전 7시 50분쯤 김포공항 활주로에서 승객 47명과 승무원 6명 등 53명을 태우고 이륙 중이던 서울 발 강릉행 국내선 KAL 175편 F28기(항공기 고유번호 HL-7285·기장 김석중·55)가 이륙 개시 2분만에 30m상공에서 구 활주로 동쪽 1·5m지점 잔디밭으로 추락 오른쪽 날개가 부러지고 기체 앞부분이 두 동강 나면서 화재가 발생, 탑승자 전원이 부상했다. <관계기사 5, 15면>
부상자들은 대부분 추락 때 충격으로 타박상이나 골절상을 입었으나 기장 김씨와 승객 최수련씨(49·대림산업 토목부장)등 중화상을 입은 5명은 중태다. 부상자중에는 호주 수윈번 대 교수 머레이프레이저씨 등 외국인 3명이 포함돼있다.
부상자들은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김포 중앙병원·강서 성모병원·서안복음병원 등 4 개병원에 분산, 치료중이다.
사고당시 김포공항에는 짙은 안개가 끼어 안개주의보가 내려져 있었으나 관제소 측은 당시 시계 2백m로 이륙에는 지장이 없었다고 밝혔다. 사고 기는 오전 8시25분 강릉 도착 예정이었다.
◇사고순간=기체는 활주로를 이륙한 3, 4초 후 수평을 잃고 갑자기 좌우로 두 번 심한 요동을 치고 기체가 왼쪽으로 기울면서 30여m아래 활주로 옆 잔디밭으로 추락, 조종석 부분과 동체가 두 동강 나며 조종석과 동체중간 부분 2곳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앞부분에 타고 있던 승객 김해수씨(45·사업·서울 신림동 720)는 『기체가 활주로를 막 벗어나 이륜 한 직후 심하게 흔들리며 「꽝, 꽈 광」하는 굉음과 함께 추락「지그재그로 요동치며 활주로를 벗어났다』고 사고 순간을 말했다.
이 순간 조종석 쪽에서 불길이 치솟으며 조종석부분이 꺾여 두 동강 났으며 승객들은 뒤쪽 탈출구와 앞쪽 1번 좌석까지 부서져 날아간 구멍을 통해 탈출했다. .
◇구조작업=사고가 나자 직선거리로 3백여m 떨어져 있는 공항관리 공단 소방대가 소방차7대와 구급차 2대를 즉시 출동시켰고 강서 소방서에서 화학진화차 등 소방차 28대가 동원돼 진화작업을 펴 20분만에 불을 끈 뒤 구조요원 1백20여 명이 승객들을 구출해 병원으로 옮겼다.
◇사고원인=교통부와 경찰, 대한항공 기술진은 사고 기가 이륙직후 엔진 추력(추력)이 떨어지면서 기체방향이 한 쪽으로 쏠리자 김 기장이 이를 회복하려는 과정에서 오른쪽 날개가 땅에 부딪치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미루어 조종사 실수보다는 엔진으로의 조류 등 이물질 흡입, 또는 엔진결함 등 기체이상에 사고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조사중이다.
사고 조사반은 F28기의 이륙 활주거리가 5천 5백 40피트인데 활주로 3천 피트 지점에서 이륙이 이루어졌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조종사가 이륙거리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체상승을 시도, 이륙각도가 안전도를 넘어서면서 기체수평을 잃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조사반은 사고 기에서 블랙박스를 수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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