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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고장에선] 광주 무등산을 지켜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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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광주 시민의 허파'인 무등산의 사유지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한 무등산 공유화운동이 조금씩 결실을 키워 가고 있다.

◇ 무등산 공유화운동=무등산 자락에 사유지를 보유한 사람으로부터 직접 기증받거나 등산객 등 시민들로부터 거둔 성금으로 땅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자연 자원과 문화 유산을 영구히 보전하자는 환경운동이다.

1895년 영국에서 변호사.목사.사회운동가 등이 뭉쳐 보호 가치가 있는 대상의 소유권을 시민들이 확보해 보전하자며 펼친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이 시초다. 현재 세계 26개 나라에서 시민환경운동으로 정착됐으며, 국내에서도 19곳에서 진행 중이다.

◇ 공유화운동 성과=무등산을 찾는 등산객들로부터 푼돈을 거두는 수준이던 공유화운동은 2000년 4월 김복호(당시 48.사업)씨가 자신이 소유한 동구 운림동 동조골 내 4백26평을 기증하면서 활기를 띄었다. 특히 올들어 토지 기증이 더욱 활발해졌다.

지난 1월 의재 허백련 선생의 손자이며 의재미술관 이사장인 허달재(51)씨가 증심사지구 문빈정사 북쪽 3천평을 무등산공유화재단에 내놓았다. 4월에는 진재량(80.사업)씨가 원효계곡 안 9천6백30평을 시민 품으로 되돌려 줬다. 최근에는 조건국(59.의사)씨가 동구 용연동 제2수원지 부근 4천6백20평을 재단에 기증했다.

조씨는 "무등산은 현재 살고 있는 우리들만의 재산이 아니라 후손에게 자연 그대로 물려줘야 할 소중한 유산이다"고 말했다.

무등산공유화재단은 또 시민들로부터 모금한 1억7천3백만원으로 동구 용연동 무등산 자락 5만7천4백50평을 사들였다. 현재까지 확보한 무등산 자락은 모두 7만5천1백16평이고, 소유권 이전 등기와 재산 등록을 마친 상태다.

◇ 향후 계획=무등산의 도립공원 지정 면적 30.23㎢ 가운데 사유지는 67%인 20.25㎢이다. 재단은 자연공원법으로 관리돼 개발 제한을 받는 공원 구역 안 사유지보다는 91.45㎢에 이르는 공원 밖 사유지에 관심이 많다. 개발 압력이 높은 이들 지역을 사들여 개발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단은 지난해 7월부터 증심사에서 생명과 환경을 이야기하는 '무등산 풍경소리'행사를 하며 공유화 기금을 모으고 있다.

또 재산의 1%를 신탁하거나 연소득의 1%를 출연하는 '1187공유화클럽'과 어린이들의 '미래세대 1%클럽'을 운영해 시민모금운동을 확산시켜 나갈 예정이다.

이밖에 무등산에 관한 심포지엄.세미나.자연생태 기행 등을 마련하고 보전대상지역 조사.평가와 훼손지 관리.감시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김희송 사무국장은 "토지 기증이 늘어나면서 무등산 공유화운동이 탄력을 받고 있다"며 "소유권 이전 등기 등에 대한 세금 감면 등 제도적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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