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여자 월드컵 골든골 역전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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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서 '역전'과 '골든골', 그리고 '우승'이 겹친다면 가장 극적인 스토리가 될 것이다.

바로 독일이 가장 극적인 스토리로 여자월드컵 우승컵을 차지했다. 독일은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슨에서 열린 2003 미국여자월드컵 결승에서 니아 쿠첸베르의 골든골로 스웨덴을 2-1로 꺾었다.

3년 전 유로2000(유럽축구선수권) 결승에서 프랑스가 이탈리아를 꺾을 때와 상황이 너무 흡사했다. 당시 프랑스는 0-1로 뒤진 후반 인저리 타임에 윌토르가 동점골을, 후반 31분 교체된 트레제게가 연장전에서 역전 골든골을 뽑았다.

이날도 선취골은 전반 41분 스웨덴이 먼저 뽑아냈다. 남자축구 못지 않은 스웨덴의 빠른 공격과 공간 활용에 독일은 전반 내내 고전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 가장 많은 골(23골)을 쏟아부은 독일의 공격력은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후반 1분 마렌 마이네르트가 동점골을 뽑아냈다. 한결 어깨가 가벼워진 독일은 준결승에서 최강 미국을 3-0으로 완파하던 실력으로 스웨덴을 몰아붙였다. 그리고 후반 43분 교체돼 들어온 쿠엔체르가 연장 8분 역전 골든골을 뽑아내 우승을 결정지었다.

독일은 이번 우승으로 세계 랭킹에서도 미국과 노르웨이를 끌어내리고 3위에서 1위로 올라설 예정이고, 남녀 월드컵에서 첫 동반우승국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그런가 하면 인기팀 팬 투표에서도 23%를 얻어 홈팀 미국(21%)을 제치고 가장 인기있는 팀이 되는 영광도 누렸다. 7골을 넣은 독일의 비르기트 프린츠(사진)는 골든슈(득점왕)와 골든볼(최우수선수)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이번 미국여자월드컵의 가장 큰 특징은 대륙별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중국.북한.한국.일본 등 아시아 4팀 중에 조별리그를 통과하고 8강에 오른 팀은 1회 대회 우승팀이자 지난 대회 준우승팀인 중국뿐이었다. 그나마 중국도 8강에서 캐나다에 무릎을 꿇었다. 아시아 챔피언인 북한과 아프리카 챔피언인 나이지리아는 조별 리그도 통과하지 못했다.

반면 유럽의 강세가 눈에 띄었다. 독일과 스웨덴은 준결승에서 나란히 북미의 미국과 캐나다를 꺾어 유럽세의 약진을 보여줬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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