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면서 이기는 매직 골프

“프로비저널 볼 치겠다” 말 한마디 안 해 4벌타

중앙선데이

입력 2021.08.21 00:25

업데이트 2021.08.2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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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호 25면

즐기면서 이기는 매직 골프

박민지가 지난 14일 열린 ‘대유위니아 MBN 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2번홀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뉴스1]

박민지가 지난 14일 열린 ‘대유위니아 MBN 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2번홀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뉴스1]

KLPGA에서 올해 6승을 한 박민지가 말 한마디를 안 해 무려 4벌타를 받았다. 지난 14일 KLPGA 대유 위니아 MBN 여자오픈 1라운드 6번 홀에서다. 내리막 파 5홀이었는데 2온을 노린 박민지의 우드샷이 당겨졌다. 공은 숲속으로 날아갔다.

원래 공과 구분 위해 선언 필요
동반자에게 고지 안 하고 플레이
박민지, KLPGA 대회 벌타 악몽

아널드 파머 규칙 어겨 우승 논란
OB가 나 화나더라도 꼭 말해야

박민지는 OB가 난 것으로 판단하고 그 자리에서 새 공을 꺼내 드롭하고 쳤다. “프로비저널 볼을 치겠다”고 동반자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처음 친 공은 나무를 맞고 굴러 내려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행운이 아니라 악몽의 시작이었다. 그 공으로 인해 벌타의 향연이 시작된 것이다. 프로비저널 볼을 치겠다고 선언하지 않으면 새로 친 공은 곧바로 인 플레이볼이 된다. 원래 공은 바로 아웃이다.

박민지는 “프로비저널 볼”이란 말을 안 했기 때문에 원래 친 공은 OB 밖으로 나가든 안 나가든 OB 처리다(1벌타). 박민지는 캐디가 찾은 첫 공을 쳤다(오구 2벌타). 그린으로 가면서 이제는 필요 없어진 것으로 여긴 두 번째 공을 집어 들었다(1벌타). 총 4벌타를 받았다. 그런데 5벌타가 돼야 했다는 의견도 있다.

아마추어 골퍼 잠정구 원리 알아야

박민지는 첫 번째 볼이 OB 처리된 것을 뒤늦게 알고 집었던 두 번째 볼을 원래 있던 자리에 드롭했다. 그러나 드롭이 아니라 플레이스(원래 자리에 놓는 것)해야 한다(1벌타). 김경수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은 “집었다 놓는 것을 하나의 동작으로 판단해 벌타를 면책하더라도 경사지에서 드롭하면 공이 움직였을 테고 그러면 오소 플레이로 벌타”라고 했다. 이 건에서 박민지는 벌타를 받지 않았다. 심판이 옆에 있었고, 그렇게 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박민지의 잘못은 없다.

박민지 사건에 대해 “말 한마디 하고, 안 하고에 4벌타는 심하다”는 의견이 많다. 공이 나간 것 같으면 그냥 두 번째 공을 치고, 찾아봐서 첫 공이 있으면 치고, 없으면 잠정구로 치면 되지 않느냐라는 여론이다. 2019년부터 발음도 하기 어려운 영어 “프로비저널볼을 친다”라고 해야 한다. 잠정구라고 해도 잘못된 건 아니지만 원칙은 그렇다.

주말 골퍼들이 공식 대회에 나온 프로 선수처럼 규칙을 엄격히 적용할 필요는 없지만 잠정구의 원리는 알아야 한다. 왜 꼭 그 말을 해야 할까. 플레이어는 “프로비저널 볼”이라고 말하면서 두 공의 특징을 얘기해야 한다. 첫 공에 점을 하나 찍었다면, 두 번째 공은 점을 두 개 찍는 등 표시를 해야 하고 동반자에게 고지해야 한다. 만약 공 두 개가 다 발견됐는데 구분할 수 없다면 첫 공이 아니라 프로비저널 볼을 치는 것으로 골프 규칙은 판단한다. 첫 공을 OB 처리하지는 않고 두 번째 공을 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1벌타 손해다. 그러니 치기 전에 정확히 얘기하는 게 좋다.

아널드 파머. [중앙포토]

아널드 파머. [중앙포토]

반대로 공이 살아 있는 게 확실하면 프로비저널 볼을 칠 수 없다. 연습할 기회가 되기 때문에 형평성에 어긋난다.

김세영도 지난해 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OB가 난 것으로 생각해 프로비저널 볼이라고 얘기하지 않았는데 첫 공을 찾았다. 박민지보다는 운이 좋았다. 첫 공을 친 직후 경기위원이 와서 잘못된 공을 쳤다고 얘기해줬다. 그래서 이후 더는 벌타 없이 두 번째 친 인 플레이볼로 경기했다. 김세영은 오구를 쳐 2벌타와, 첫 공 OB 간주로 1벌타, 총 3벌타를 받았다.

아널드 파머도 말을 안 해 곤욕을 치렀다. 1958년 마스터스 4라운드 때 얘기다. 파머가 아멘코너에 있는 12번 홀(타이거 우즈가 지난해 10타를 치는 등 사고가 자주 나는 홀)에서 친 티샷은 그린을 넘어갔다. 비가 많이 온 터라 땅이 젖었고 흙에 묻혔다.

파머는 경기위원에게 “공이 박혔으니 벌타 없이 구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기위원은 거절했다. 그냥 치라고 했다. 파머는 투볼 플레이를 했다. 원래 공을 쳐서 더블보기를 했고 다른 공을 드롭해서 파를 했다. 경기위원회는 회의를 열어 파머의 볼은 드롭하는 것이 맞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파머의 12번 홀 스코어는 파로 결정됐고 한 타 차로 우승했다.

김세영, LPGA서 잘못된 공 쳐 3벌타

그러나 그와 우승 경쟁을 하던 켄 벤투리는 파머가 규칙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투볼 플레이 선언이 늦었다는 것이다. 만약 박민지가 원구를 찾은 이후 “프로비저널 볼을 쳤다”고 주장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처럼, 투볼 플레이도 플레이 전에 얘기해야 한다.

벤투리는 “파머는 더블보기를 한 후 화가 나 경기위원에게 ‘프로비저널 볼을 치겠다’고 한 후 투볼 플레이를 했다”고 자서전에 썼다. 그는 “경기가 끝난 후 파머에게 ‘12번 홀 스코어가 틀렸다’고 했는데 파머는 ‘이미 끝난 일’이라면서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파머는 자서전에서 “그때도 지금도 규칙대로 경기했다고 느낀다”고 썼다. 룰대로 경기했다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이 사건은 최고의 스타였던 파머의 명예의 오점을 남겼다.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해야 한다. 골프에선 OB가 나 화가 나더라도 “프로비저널 볼을 치겠다”는 말은 꼭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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