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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US오픈 경기 룰까지 바꿔…물 전날부터 많이 마셔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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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8호 25면

즐기면서 이기는 매직 골프

도쿄 올림픽 여자 골프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박인비. [AP=연합뉴스]

도쿄 올림픽 여자 골프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박인비. [AP=연합뉴스]

4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스미가세키 골프장에서 벌어진 도쿄 올림픽 여자 골프 1라운드 기온은 섭씨 37도였다. 습도도 높아 체감 온도는 40도에 가까웠다. 렉시 톰슨(미국)의 캐디가 더위를 먹어 미국 팀 단장이 가방을 멨다. 유카 사소(필리핀)도 1라운드를 앞두고 기존 캐디가 더워서 못 하겠다고 하는 통에 다른 캐디로 교체했다. 박인비는 “20년 골프 인생에 이런 무더위 라운드는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도쿄 올림픽 여자 골프는 더위와의 싸움이다.

더우면 에너지 소모 많아 간식 먹고 #땀 흡수, 통풍 잘 되는 소재 옷 좋아 #팔토시 하거나 선글라스 착용 필수 #두건도 에티켓 어긋나지만 써 볼만

도쿄 올림픽서 더위 먹은 캐디 속출

더위와 관련한 가장 유명한 사건은 1964년 US오픈에서 나왔다. 대회는 워싱턴 D.C. 인근에 있는 콩그레셔널 골프장에서 열렸다. 당시까지만 해도 토요일에 3, 4라운드를 몰아서 했다. 일요일에는 교회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 36홀짜리 토요일, 미국골프협회(USGA)에 따르면 온도가 108(섭씨 42도)도, 습도는 90%대였다.

3라운드 18홀을 마친 후 켄 벤투리는 탈진했고 탈수 증세를 보였다. 라운드 후 라커룸에 누워 있었다. 의사는 “치명적일 수 있다”면서 경기 포기를 권했다. 벤투리는 “이 더위는 내가 살아온  역경 보다는 낫다”면서 경기를 강행했다. 벤투리는 주한미군으로 근무한 경험도 있다. 그는 소금과 차를 마시면서 경기를 계속했다. 의사는 얼음 팩을 가지고 벤투리를 따라다녀야 했다.

도쿄 올림픽 여자 골프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김효주. [연합뉴스]

도쿄 올림픽 여자 골프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김효주. [연합뉴스]

탈진했던 벤투리는 9번 홀 퍼트할 때까지의 기억이 전혀 없다. 그런데도 놀랍게도 4타차로 역전 우승했다. 일종의 탈진 무아지경의 상태로 경기한 것이다. 벤투리는 기적 같은 이 우승으로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그러나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 벤투리의 사투로 인해 변화도 생겼다. US오픈 골프는 이듬해부터 토요일에는 3라운드만 하고, 일요일에 4라운드 경기를 하게 됐다.

한국에도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아마추어 골퍼가 굳이 벤투리처럼 무리할 필요는 없다. 이른 아침 티타임을 잡거나 야간 라운드도 괜찮다. LED 조명이 좋아졌기 때문에 잘 보인다. 밤엔 샷 거리가 약간 더 나간다는 이도 있다. 대신 이슬이 내려 그린의 속도가 느리다.

야간 경기는 빛과 어둠의 대비 속에서 치러진다. 조명이 켜진 예술 공연장의 주인공이 된 느낌도 받을 수 있다. 드라이브샷이 날아가는 모습은 야구장 야간경기 홈런을 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야간 라운드는 거리두기 4단계 지역에선 2인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부부나 연인들이 특히 선호한다.

더위엔 에너지 소모가 많다. 목마를 때, 배고플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미리 간단한 음식과 물을 마셔야 한다. 이번 올림픽에서 세계 랭킹 1위 넬리 코다는 한 홀에 물 한 병을 마셨다고 한다. 미국 PGA는 “라운드 중 물이나 이온음료를 많이 마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라운드 전날부터 물을 많이 마시고 카페인과 알코올을 피하라”고 권한다.

햇볕이 강하면 우산을 쓰고 얼음팩과 휴대용 선풍기를 카트에 두고 이동할 때 활용한다.

옷도 중요하다. 땀이 잘 흡수되고 빨리 마르는 소재의 옷을 입는 게 좋다. 겨드랑이, 사타구니, 무릎 뒤 등 살이 겹치는 곳의 소재는 특히 그렇다. 요즘에는 공기가 잘 통하도록 작은 구멍이 뚫린 펀칭 소재의 골프의류도 나온다. 색깔은 빛을 반사하는 밝은색이 좋다.

LED 불빛 아래서 야간 라운딩 운치

도쿄 올림픽 여자 골프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고진영. [연합뉴스]

도쿄 올림픽 여자 골프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고진영. [연합뉴스]

더우면 땀이 많이 나 장갑이 금방 젖는다. 여러 개를 교대로 쓰는 것이 스윙에도, 장갑을 오래 쓰는 데도 좋다. 젖은 장갑은 카트나 클럽 헤드에 걸어 말린다. 챙이 넓은 모자는 피부가 타는 것뿐 아니라 몸의 에너지를 지켜준다.

더울 땐 소변 볼 일이 별로 없다. 땀으로 다 배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늘집을 만날 때마다 들어가서 몸을 식히면 훨씬 상쾌하다. 그늘집에서 수박을 팔면 소금을 달라고 하라. 소금을 친 수박은 의외로 맛이 좋다. 소금과 수박(수분) 모두 여름 라운드에 꼭 필요한 것이다.

동반자의 스윙을 기다릴 때는 나무 밑이나 카트에서 햇볕을 피하는 게 좋다. 팔토시를 하거나 긴 소매 옷을 입고 자외선 차단제를 몇 홀에 한 번씩 바르는 건 기본이다. 선블록이 미끄러우면 스프레이형이나 바형도 좋다. 선글라스도 가능한 써야 한다.

얼굴과 목을 가리는 두건은 에티켓에 어긋나지만, 날이 워낙 더우니 코로나 마스크 핑계로 해볼 만하다. 여름엔 잔디를 짧게 깎기가 힘들어 평소보다 강하게 퍼트해야 한다. 너무 더우면 공도 안 맞고 짜증도 난다. 기분 상할 수 있으니 온도가 오를수록 컨시드를 후하게 주자. 혹시 티샷한 공이 숲에 들어가면 너무 빨리 포기하지 말고 그늘을 즐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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