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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GE를 기억하라…자식의 머니게임에 두는 아빠 훈수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102) 

우리 자녀 세대가 살아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자산은 그들 자신임을 잊지 말아야한다. [사진 pxhere]

우리 자녀 세대가 살아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자산은 그들 자신임을 잊지 말아야한다. [사진 pxhere]

20대 두 아들을 둔 아빠로서 아이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을 생각하면 참 갑갑할 때가 많다. 노동에 대한 대가는 최저임금 상승 논란에 불구하고 자산가격의 상승에 비하면 지나치게 낮은 편이다. 우리 세대는 학교 졸업하고 직장에 취직해 큰 사고 없이 꼬박꼬박 저축하고 대출을 좀 내 크든 작든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고, 열심히 생활하면 자녀들 대학 보내는 것까지는 그리 힘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 아이들이 세상에 나와 일을 시작하고 가정을 이루고 집을 사고 자녀 교육시킬 모습을 상상해보면 정말 답답해진다.

아내와 아이들과 각자 주식계좌를 만들어 투자해 보고, 어떤 회사가 앞으로 좋은 성과를 낼지 토론도 하고, 각자 선택한 결과를 비교하면서 미래에 어떤 섹터가 성장할 것인지 전망해보지만 크지 않은 종잣돈이 얼마나 불어날 수 있을지 계산해 보면 주식투자는 실속이 없다. 가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내뱉는 아이들의 걱정에 뚜렷한 대안을 내놓을 수 없고, 수학 답을 찾아주듯이 공식을 가르쳐줄 수도 없다.

그래서 아주 진부하고 단순하지만 몇 가지 잔소리를 하게 된다. 세상이 통제할 수 없는 속도와 방향으로 움직이더라도 흔들리지 않기를 기도하며, 머니 게임에서 지지 않기를 기도하며 몇 가지 잔소리를 하고 싶다.

우리에게 돈이 필요한 이유는 ‘원하는 것을 하고 원하지 않은 것을 하지 않을 자유’를 얻기 위함이다. 인간의 행복에 가장 중요한 기반은 그 자유에 있다. [사진 pxhere]

우리에게 돈이 필요한 이유는 ‘원하는 것을 하고 원하지 않은 것을 하지 않을 자유’를 얻기 위함이다. 인간의 행복에 가장 중요한 기반은 그 자유에 있다. [사진 pxhere]

첫째, 돈이 줄 수 있는 최고의 가치는 자유이니 막연한 부가 아니라 경제적인 자유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우리에게 돈이 필요한 이유는 ‘원하는 것을 하고 원하지 않은 것을 하지 않을 자유’를 얻기 위함이다. 인간의 행복에 가장 중요한 기반은 그 자유에 있다. 많은 돈으로 사치하기 위함도 아니고 남들에게 위세를 떨기 위함도 아니다. 세상 최고의 부자가 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지만 가난해 원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것도 슬픈 일이다.

부자는 막연하다. 한국 최고의 부자는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에서 카카오 김범수 의장으로 바뀌었다. 주가의 흐름에 따라 또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내가 부자가 되려고 노력해서 부자가 되더라도 그 옆에는 항상 더 큰 부자가 있다. 그러니 부자라는 비교의 개념에서 벗어나 ’경제적인 자유‘를 목표로 하는 것이 좋다. 내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의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상태, 무언가를 준비하기 위해 일을 쉬더라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중단하더라도 생계를 위협받지 않는 상태를 경제적인 자유라고 한다.

매월 생활비가 200만원이면 월 200만원, 300만원이면 월 300만원을 계속 이자·배당·임대료·투자수익에서 얻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목표를 세우고 자산을 운영하는 것이 좋다.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지만 열심히 벌고, 지혜롭게 쓰고 효과적으로 잘 불리면 시간이 이 목표를 이루어준다는 믿음 아래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면 투자 방법과 목표 달성 기간 등이 명확해진다.

둘째, 돈의 가치를 키우는 시간의 힘을 믿어라. 세계 최고의 부자 워런 버핏이 부자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어릴 때부터 투자를 계속해 왔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이 거두고 있는 연평균 20% 정도의 수익률은 한해 수익률로는 크지 않지만 장기간으로는 엄청난 것이다. 만약 20세부터 1000만원을 투자해 지금 워런 버핏의 나이 90세까지 연평균 수익률 20%를 거둔다면 시간은 그 돈은 3조 4889억 원이 된다. 물론 매년 20% 수익을 얻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수익률보다 시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마음이 조급하고 답답하더라도, 당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화가 나더라도 시간의 힘을 믿고 돈에 대해 공부하면서 계속 투자하고 견디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투자를 위해 따로 떼어놓고 투자할 종잣돈을 만들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1000만원도 좋고, 그보다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다. 그 종잣돈은 다른 재무적 목표에 활용하지 말고 계속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눈덩이처럼 복리와 시간의 힘으로 불어난다. 시점에 따라 수치는 조금씩 달라지지만 2001년부터 20년 동안 나스닥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투자했다면 연 10.06%, S&P500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투자했다면 연 8.07% 수익이 발생했다. 이 정도 수익률이면 1억 원으로 5억~7억 원을 만들 수 있다. 핵심은 시장을 떠나지 않고 계속 시장에 남아 투자하는 것이다.

셋째, 더 많은 수익보다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은 늘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한다. 더 많은 수익을 얻으려고 노력하다가 손실을 보게 되면 복리의 효과를 누릴 수도 없고, 손실 만회하느라 또 다른 무리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 투자해서 자산을 불려 나갈 때, 지나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삼가는 것이 좋다. 하나의 상품에만 투자하는 것은 위험한 방법이다.

가끔 ‘삼성전자’에 인생을 거는 사람이 있다. 과거에는 그것이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고 기록이 말해준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회사가 그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지금도 좋은 회사가 계속 탄생하고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망하기를 바라지도 않고 망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때 세계 최고의 회사였던 GE의 현재 모습을 생각하고, 한때 세계에서 핸드폰을 가장 많이 판매하는 혁신기업의 대명사였던 ‘노키아’를 기억해라.

좋은 기업, 우수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좋지만 반드시 몇 가지 주식에 분산해 투자하고, 가능하면 핵심 자산은 지수에 분산 투자하면서 자산을 재배분하는 것이 안전하면서도 생각보다 성과가 좋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자산은 자신임을 잊지 마라. 투자 관련 잔소리보다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세계 최고의 부자가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에서 어떤 사람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가? 그들은 대부분 자신이 만든 기업의 주인이다.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내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 사람이 자유를 만들고 큰 부자가 된다.

가장 중요한 자산은 바로 너 자신이고 가장 중요한 투자는 바로 너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다.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 계속 투자해야 한다. 배우고 익히는 일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일을 쉬지 않아야 한다. 소득을 계속 만들 수 있다면, 남들이 은퇴하는 시기에도 계속 일하면서 수입이 있다면 절약과 투자의 중요성은 훨씬 더 약해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일에서 기쁨을 찾는 일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 행복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에서 소득을 창출하는 것이 그 어떤 투자성과보다, 그 어떤 성공보다 더 크고 중요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

무슨 일은 하든지 ‘스스로가 하는 일을 긍정적으로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TV프로 ‘생활의 달인’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어떤 일을 선택하던 그 일을 좋아하고 그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하면 달인들처럼 경제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 관계적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고 살아간다.

부모의 잔소리는 걱정을 담고 있고, 기대를 담고 있고, 경험에서 나온 지혜를 담고 있다. 잔소리를 들으며 듣는 잔소리를 바꾸는 사람들은 성장하고, 매번 똑같은 잔소리를 평생 듣는 사람들은 늘 그 자리다. 투자에 대한 오늘의 잔소리는 이번 한 번이면 좋겠다.

더오래 필진 신성진 프로필(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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