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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당신을 가난하게 만드는 자기 질문법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101) 

선택의 문제가 다가올 때, 우리는 도쿄올림픽에 대해 상반된 프레임을 가졌던 것처럼 서로 다른 프레임으로 생각하고 의견을 피력하거나 행동을 결정한다. [사진 flickr]

선택의 문제가 다가올 때, 우리는 도쿄올림픽에 대해 상반된 프레임을 가졌던 것처럼 서로 다른 프레임으로 생각하고 의견을 피력하거나 행동을 결정한다. [사진 flickr]

뜨거운 여름을 한껏 달아오르게 하는 도쿄 올림픽. 참가 선수들의 땀으로 만들어지는 멋진 스토리에 감동하면서 지켜보고 있다. 양궁 등의 금메달 소식, 어린 선수들의 투혼, 구기 종목의 뜻밖의 선전이 날마다 방송을 타고 있다. 하지만 2020년이 아니라 1년 연기되어 열린 2021년 8월의 올림픽은 코로나 때문에 어느 대회와는 달리 우여곡절이 많았다.

일본에서 올림픽 개최 여부를 놓고 논쟁이 있을 때 코로나가 다시 유행해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꼭 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부정적인 의견이 제기됐고, 실제로 열기도 아주 낮았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만을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준비해 온 선수들이 있는데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는가’라는 개최 옹호론도 비등했다. 코로나 때문에 불안하긴 하지만 무관중 경기로 조심하면서 진행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선택의 문제가 다가올 때, 우리는 일본 올림픽에 대해 상반된 프레임을 가졌던 것처럼 서로 다른 프레임으로 생각하고 의견을 피력하거나 행동을 결정한다. 민주당에서 경선을 연기해야 하나 말아야 하는 논쟁이 벌어졌을 때도 ‘꼭 미루어야 할 이유가 있는가’라는 연기불가론이 있던 반면 ‘연기하면 안 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라는 찬성론도 많았다. 정치·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안들뿐만 아니라 우리가 매일 접하는 재무적인 사안에 대해서도 상반된 프레임으로 사고하고 결정한다.

올여름 휴가를 다녀온 사람도 있고, 휴가를 취소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휴가를 미루거나 포기한 사람은 ‘꼭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가’라는 프레임으로 생각하고, 휴가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휴가를 다녀왔다면 “가지 말아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라며 코로나에 나름 대비하는 방법으로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을 찾았을 것이다.

두 가지 프레임을 살펴보면 “꼭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나”라고 묻는 것은 소극적이고, 리스크에 집중하며, 거절이나 부정적인 결론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 말아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나’ 프레임은 적극적이고, 도전적이며, 리스크보다는 장점이나 기회에 방점을 두는 결론을 만들어 낸다. 두 가지 프레임이 다 장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없다. 문제는 우리 삶에 이런 프레임이 고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면 반복적인 실수나 후회를 만들고 원하지 않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반복하는 선택을 만들어내는 프레임을 알아차렸다고 해서 바로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새로운 프레임으로 사고하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질 때 그 프레임은 균열을 보이고, 변화가 발생한다.[사진 Maxpixel]

반복하는 선택을 만들어내는 프레임을 알아차렸다고 해서 바로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새로운 프레임으로 사고하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질 때 그 프레임은 균열을 보이고, 변화가 발생한다.[사진 Maxpixel]

좋은 물건을 놓치고 나서 후회하는 사람은 “꼭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느냐”고 자주 묻는다. 좋은 사업 아이템이나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주식을 누군가가 알려주었을 때 그 정보가 주는 기회나 장점보다는 리스크에 무게를 두고 “지금 꼭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나”라고 묻고, 그런 이유를 찾지 못하면 거절해 기회를 놓쳐버릴 수 있다.

소비에 대한 반복적인 후회가 많은 사람은 “하지 말아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나”를 묻는 프레임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주위에 누군가 ‘건강에 좋다’거나 ‘요즘 필수 아이템’이라는 식으로 무언가를 추천하면 물건도 괜찮은 것 같고, 가격이 엄청나게 비싼 것도 아니어서 사지 말아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쉽게 사고 자주 후회한다.

‘꼭 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는 프레임은 안전하지만 기회를 놓칠 수 있고 ‘하지 말아야 할 특별한 이유‘를 찾는 프레임은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위험하다. 결국 어떤 것이 좋으냐 나쁘냐의 문제는 아니다. 내가 무엇을 반복하는지를 살펴볼 일이다.

돈을 잘 관리하지 못하고, 스스로 소비 통제가 안 되는 문제를 인식하는 사람은 의식적으로 물건을 사기 전에 이렇게 질문하는 노력을 하면 좋다. “내가 지금 이 상품을 꼭 사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가?” 상품이 가진 다양한 장점이 있고 매력적으로 다가오니까 고민을 하겠지만 ‘지금 꼭 사야만 하는 이유’는 쉽게 생각나지 않는다. 나중에 살 수도 있고,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상품도 있고, 지금 현재 자금 사정도 그리 좋지 않은데 ‘지금 꼭 사야만 할까’라는 질문은 쉽게 소비하는 모습에 제동을 거는  힘이 있다.

누가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좋은 투자나 사업 제안을 해왔을 때, 그 유혹에 자주 빠지게 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금 내가 꼭 이 사업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나”하고 질문을 해 보고 그 답을 찾으면 성급한 내 행동을 한 박자 늦출 수 있고 좀 더 신중하고 진지하게 결정할 수 있다.

늘 좋은 기회나 제안을 놓치고 나서 후회하는 사람이라면 역시 질문을 바꿔보는 노력이 도움된다.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전망에 익숙하고, 기회보다는 리스크에 먼저 관심이 간다면 이렇게 질문을 해 보자. “지금 내가 여기에 투자하지 말아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정보 제공하는 사람이 나름 믿을 만하다면 ‘큰돈은 아니더라도 일단 시작해 보자’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우리의 삶은 늘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가 가진 생각과 태도에 따라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 모여 삶을 만들어낸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산, 투자 포트폴리오, 수익률, 경제적인 어려움 등도 우리가 내린 선택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참 답답한 것은 후회하는 선택을 우리가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돈과 관련된 것을 인식하고 그 인식의 결과로 선택하는 것에 영향을 미치는 ‘프레임’이 엄청 단단하고 쉽게 변경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이 글을 읽고 내가 반복하는 선택, 그 반복을 만들어내는 프레임을 알아차렸다고 해서 바로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새로운 프레임으로 사고하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질 때 우리의 무의식적이고 습관적인 프레임은 균열을 보이고, 여기서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올림픽이 열리면 일본에서 확진자가 늘어나 올림픽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꼭 열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느냐”고 열변을 토했던 사람도 스포츠가 주는 감동을 하면서 ‘열리니까 괜찮네’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의 선택은 대부분 좋은 것과 나쁜 것을 함께 가지고 있다. 선택하고 그 선택에 맞게 노력하면 그리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다만 매번 같은 선택과 같은 후회를 반복하고 있다면 잠시 자신의 프레임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 프레임이, 내가 반복하는 질문이 나를 가난하게, 힘들게 만들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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