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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돈 더 많이 벌려는 이유 뭘까, 부자? 아니 자유!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99)

돈의 가치, 우리가 돈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열심히 일해 돈을 더 많이 벌고, 주식투자와 코인 투자로 자산을 더 키우면 우리는 무엇을 누릴 수 있을까요?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불고있는 비트코인 열풍. 많은 돈을 단숨에 벌어보려는 그들이 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사진 pxhere]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불고있는 비트코인 열풍. 많은 돈을 단숨에 벌어보려는 그들이 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사진 pxhere]

돈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참 중요합니다. 누구나 더 많은 돈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그 돈이 늘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돈과 돈으로 누리는 삶을 쫓다가 비극적인 결말을 보여주는 수많은 스토리들을 알고 있습니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펜트하우스’, 얼마 전에 끝난 ‘마인’ 등 부자의 어두운 삶을 보여주는 드라마나 ‘돈의 맛’ ‘베테랑’ 같은 영화는 부자가 되기 위해, 지나친 부자가 되어 벌이는 수많은 나쁜 일과 그 끝을 보여줍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돈의 액수는 우리네 보통 사람이 평생 벌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더’ 많은 것을 원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삶만큼이나 더 드라마 같은 슬프고 화나는 이야기들이 많음을. 이들의 이야기를 보면 지금보다 더 많은 수입, 더 넓은 집, 더 풍요로운 생활이 돈의 진정한 가치, 더 많은 돈의 목적과 의미는 아닌 것 같습니다.

돈의 가치를 알기 위해 더 많은 돈이 가져오는 변화는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좀 더 넓은 집에 살 수 있습니다. 지긋지긋한 셋방살이를 벗어날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집을 가진 자들을 보면 이것이 돈의 가치는 아닌 것 같습니다. 돈이 있으면 자녀들 교육에 필요한 투자를 더 많이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배우고 싶은 것 마음껏 배우게 할 수 있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습니다. 그 투자의 결과로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하지만 충분한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는 사람을 보면 이것도 그리 충분하진 않습니다.

돈이 더 있으면 더 비싸고 더 맛있는 음식을 더 좋은 곳에서 먹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가 끝나고 나면 멋진 곳으로 부담 없이 여행도 떠날 수 있겠죠. 매달 카드 결제일마다 겪는 걱정거리도 없어지고 부모님들께 더 좋은 선물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돈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변화이고 우리는 이런 것들을 꿈꾸며 더 높은 소득, 더 화끈한 수익을 원합니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우리가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삶의 최고의 가치인 것처럼 추구하기에는 2% 부족해 보입니다.

자유, 돈이 우리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철학자·심리학자·금융전문가들이 돈과 행복에 대해 연구하고 공부했습니다. 사람마다 다양한 관점이 있겠지만 대부분 전문가가 동의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돈의 가치는 ‘자유’에 있다는 것입니다. 돈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최고의 선물은 ‘자유’입니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과 할 수 있는 자유. 원하지 않는 일을 원하지 않는 곳에서 원하지 않는 사람들과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돈을 우리에게 그것을 가능하게 해 줍니다.

더 큰 부자가 되겠다는 막연한 생각은 늘 우리를 가난하게 합니다. 10억 원을 가지든, 100억 원을 가지든 나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을 만나면 우리는 상대적인 빈곤을 경험합니다. 연봉 1억 원을 벌면 2억 원을 버는 사람이 보이고 2억 원을 벌면 3억 원을 버는 사람이 보입니다. 더 부자가 되겠다는 싸움은 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입니다.

그래서 저는 부자보다 ‘경제적인 자유’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경제적인 자유를 꿈꾸고 그것을 위해 더 많은 돈을 추구하는 것은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가능하게 해 줍니다.

경제적인 자유란 생계를 위해 일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 노동을 통한 수입이 없어도 생활할 수 있는 수입이 있는 상태입니다. 수입은 임대 수입일 수 있고, 배당이나 이자일 수 있고, 투자 수익일 수 있고, 연금일 수도 있습니다. 그 수입의 종류가 무엇이든 이런 상태가 되면 ‘내가 원하는 일을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더 부자가 되겠다는 싸움보단 경제적인 자유를 목적으로 더 많은 돈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가능케 한다. [사진 pixabay]

더 부자가 되겠다는 싸움보단 경제적인 자유를 목적으로 더 많은 돈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가능케 한다. [사진 pixabay]

행복의 조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행복한 삶의 전제조건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경제적인 자유에서 나오는 ‘자율성’입니다. 경제적인 자유를 통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것이 행복한 삶의 전제인 ‘자율적인 삶’입니다.

자기 시간과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이 없는 삶은 행복할 수 없습니다. 강의하면서 수강생과 함께 자주 나누는 테마가 중 하나가 바로 ‘자율성’입니다. 그 내용을 잠깐 소개합니다. 같이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내가 정말 좋아하고 즐기면 그것을 하고 있으면 행복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묻습니다. 가끔 예시를 주고 선택하게 하기도 하고 주관식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이때 많이 나오는 단어들은 ‘골프’, ‘요리하기’, ‘책읽기, ‘영화보기’, ‘쇼핑하기’, ‘글쓰기’, ‘노래방에서 놀기’ 아주 다양합니다.

골프 이야기를 해 볼까요? 골프를 좋아하는 분은 기회만 되면 필드에 나가려고 합니다. 탁 트인 푸른 잔디를 향해 멋지게 공을 날리는 재미는 최고입니다. 게임도 재미있고 같이 좋은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즐겁습니다. 끝나고 함께 사우나를 하고 식사를 하면서 만들어내는 인간관계나 비즈니스도 매력적입니다. 좀 더 잘 치고 싶어서 연습장에서 그 재미없는 연습을 한두 시간씩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골프에 자율성이 빠지면 좀 달라집니다. 같이 치고 싶지 않은 동반자와의 라운딩은 행복은커녕 골프의 재미마저 앗아가 버립니다. 개인적으로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접대를 위해서 할 수 없이 골프를 쳐야 한다면 그것도 재미가 없습니다. 골프뿐만이 아니라 원하지 않는 독서도, 쓰기 싫은 주제의 글도, 쉬고 싶을 때 하는 요리도 즐겁지 않습니다. 늘 재미있고 좋아하는 일에서 자율성을 빼앗아버리면 이렇게 재미없는 일이 되는데 하물며 일은 더하지 않을까요? 저는 강의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것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내가 원하지 않는 주제로, 원하지 않는 시간에 강의를 해야 할 때면 강의가 재미가 없고 힘들기만 합니다.

돈의 가치는 ‘자유’와 ‘자율성’에 있습니다. 돈의 진정한 가치가 ‘자유’에 있는데 돈 때문에, 돈을 추구하면서, 돈을 더 벌려고 하면서 자유를 해치거나 자율성을 약화시킨다면 그 선택은 불행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돈의 가치, 진정한 의미가 ‘자유’라는 것을 명확하게 하면 돈을 다루는 방향과 기준이 달라집니다. 자산의 크기보다 현금 흐름이 더 중요해지고 투자와 지출 우선순위도 바뀌게 됩니다.

돈의 진정한 가치, 더 많은 돈이 필요한 이유를 ‘자유’라고 정의하고 돈에 대한 내 생각과 돈을 다루는 방식을 들여다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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