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계에선 '청담동 필립' 가짜 유통 1년 만에 들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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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명품 시계 사건'을 주도한 이씨는 고급 외제 승용차를 몰고 다니며 서울 강남에서 벌어지는 각종 파티에 참석하면서 연예계 등 각계에 인맥을 쌓았다고 한다. 청담동 일대에선 '필립'으로 통했다. 그는 이 인맥을 가짜 명품 시계 '빈센트'의 판촉활동에 활용했다. 이 덕분에 각종 명품 전문잡지와 패션잡지에는 '빈센트는 명품 중 명품'이라는 기사가 실렸고, 부유층을 중심으로 '빈센트 열풍'이 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부터 경기도 시흥에 있는 시계 제조공장에서 빈센트를 제조했다. 지금까지 300여 개를 만들었다.

이씨는 경찰에 "지금까지 32명에게 35개를 팔았다"고 진술했다. 이씨의 사기행각이 드러난 것은 빈센트가 시중에 유통된 지 1년여 만인 지난달 중순. "연예인들 사이에 '행운의 시계'로 불리는 값비싼 시계가 공짜로 돌고 있어 수상하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된 것이다.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총판 운영권을 주겠다"는 이씨의 말을 믿고 많게는 10억원을 줬으나 가짜 명품이란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들이 입을 열면서 이씨의 사기는 들통이 났다.

이씨는 1990년대 초반 미국으로 이민을 가 2001년 영주권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던 중 수입품 총판권과 관련한 사기사건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이씨는 "'빈센트'란 미국 시계회사 본사에서 근무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상표 등록을 자신이 한 점으로 미뤄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검증되지 않은 수입 귀금속.보석 제품이 명품으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어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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