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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안동 노른자 땅 빼앗아 일본인에 헐값 분양한 일제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송의호의 온고지신 우리문화(107) 

일제는 조선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안동 읍성을 강제로 헐었다. 읍성 소멸은 망국의 징표가 됐다. 이어 동양척식회사를 세워 토지조사를 시작했다. [사진 서울역사아카이브]

일제는 조선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안동 읍성을 강제로 헐었다. 읍성 소멸은 망국의 징표가 됐다. 이어 동양척식회사를 세워 토지조사를 시작했다. [사진 서울역사아카이브]

올해 8월 16일은 처음 맞는 광복절 대체 공휴일이었다. 덕분에 3일 연휴가 됐다. 올해 광복절은 78년 만에 유해가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1868~1943) 장군과 함께 한 시간이었다. 일제강점기 장군이 만주 봉오동 전투를 승리로 이끈 지 101년 만이다. 이역만리 카자흐스탄에서 고국의 품에 안긴 홍범도 장군은 18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유해가 안장되었다.

다시 일제강점기를 떠올리는 8월이다. 마침 지역 언론인 정윤호가 일제강점기 일제의 지방 수탈 실상을 담은 『협력과 저항의 경계 안동역』이란 책을 보내왔다. 그는 일제의 지방 착취 사례로 동양척식회사의 횡포를 소개했다. 일제는 근대화를 표방하며 안동 도심부의 지도를 바꿔 놓는 난도질을 했다고 한다.

일제는 먼저 조선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안동 읍성을 1910년 강제로 헐었다. 읍성 소멸은 망국의 징표가 됐다. 이어 동양척식회사가 토지조사를 시작한다. 동양척식회사의 ‘척식(拓殖)’은 원래 ‘개척해서 재산을 불린다’는 뜻이다. 여기서는 땅을 개발(拓地)해 ‘백성을 잘살도록 하는(殖民)’ 회사라는 의미를 만들어 붙였다. 동양척식회사는 1908년 일제가 대한제국의 토지와 자원을 수탈할 목적으로 설치한 식민지 착취기관이다. 대영제국의 동인도회사와 같은 성격이다.

일제강점기인 1942년 경북 영일군 동해면이 발급한 토지세 영수증. 세금 2원90전을 납부한 하산상범(夏山相範, 창씨개명한 이름으로 추정)에게 면사무소 회계원 대원영수(大原永守, 일본인으로 추정)가 영수증을 발급했다. [사진 송의호]

일제강점기인 1942년 경북 영일군 동해면이 발급한 토지세 영수증. 세금 2원90전을 납부한 하산상범(夏山相範, 창씨개명한 이름으로 추정)에게 면사무소 회계원 대원영수(大原永守, 일본인으로 추정)가 영수증을 발급했다. [사진 송의호]

일제강점기인 1944년 조선식산은행이 발행한 5원짜리 ‘애국채권’. [사진 송의호]

일제강점기인 1944년 조선식산은행이 발행한 5원짜리 ‘애국채권’. [사진 송의호]

동양척식회사는 조선의 땅을 갖고 놀았다. 척지는 강탈의 다른 이름이었고, 식민의 수혜자는 황국(皇國) 신민(臣民)이었다. 김기철의 연구는 당시의 실태를 보여 준다.

“1913년 조선총독부 임시토지조사국에서…(중략) 안동 읍성이 있었던 서부동과 동부동 토지소유자의 보유면적을 조사하였다…(중략)서부동과 동부동의 전체면적은 14만8648평이며, 이 중에서 국유지 3만6447평, 동양척식주식회사 소유 토지 7836평, 일본인 소유 토지 1만2356평으로 이는 전체 면적의 38.1%였다.”

동양척식회사가 수탈한 땅은 이민 온 일본인에게 분양되었다. 이민자들은 연리 2%에 25년 상환조건으로 2정보에서 10정보의 옥토를 분양받았다. 수해와 한해가 적고 교통이 편리한 노른자 땅이었다. 결국 안동 읍성 중심지의 거의 절반이 일본인 소유로 넘어갔다. 토지를 뺏긴 식민지 백성은 소작으로 연명했다. 동양척식회사는 이렇게 이민 온 일본인을 잘살게 했다.

나라를 빼앗긴 상처는 깊었다. 독립지사들은 일제에 맞서 싸우고, 일부 선비는 내 책임이라며 목숨을 끊었다. 새로운 젊은 의병이 필요했다. 정윤호는 “읍성이 사라진 폐허에서 젊은 의병들은 총과 함께 책을 들고 외적, 내적 변화를 주도했다”고 정리했다.

광복절인 15일 20년간 전쟁이 벌어진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항복을 선언하고,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해외로 도피했다. 나라를 빼앗기고 되찾는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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