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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총구 앞 얼굴 드러냈다…세계 놀래킨 강심장 여성들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명의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17일(현지시간) 카불의 거리에서 탈레반을 향해 여성 권리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총을 든 탈레반이 옆에 서 있었지만, 여성들은 굴하지 않고 구호가 적힌 종이를 든 채 항의를 이어갔다.

탈레반 집권 후 첫 여성들 공개 시위 #"어떤 힘도 여성 무시하거나 억압 못해" #용기 있는 아프간 여성들의 목소리 이어져 #전문가 "자유 경험 여성들 굴하지 않는 것"

인디펜던트,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은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 이후 카불에서 벌어진 여성들의 첫 번째 공개 시위를 보도했다. 시위 소식은 중동 매체 알자지라의 특파원 하미드 모하마드 샤가 자신의 트위터에 영상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아프간 여성들이 17일(현지시간) 카불에서 탈레반을 향해 여성의 권리를 요구하는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여성들은 히잡과 아바야(얼굴과 손발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이슬람 여성 전통 복장) 차림이다.여성들의 옆에는 무장한 탈레반이 있다. [트위터 캡처]

아프간 여성들이 17일(현지시간) 카불에서 탈레반을 향해 여성의 권리를 요구하는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여성들은 히잡과 아바야(얼굴과 손발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이슬람 여성 전통 복장) 차림이다.여성들의 옆에는 무장한 탈레반이 있다. [트위터 캡처]

샤에 따르면 이들 여성은 "탈레반,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원한다. 여기에 여성이 있다. 우리는 교육 받고 일하며 사회적으로 활동하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원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 "어떤 힘도 여성을 무시하거나 억압할 수 없다. 지난 몇 년간 우리가 이룬 성과와 기본권이 훼손되어선 안 된다"고도 했다.

이 영상은 소셜미디어(SNS)상에 퍼지며 수백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 중이고, "놀라운 용기" "이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이 여성들은 탈레반에 맞서지 못한 이들을 부끄럽게 만든다"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와 함께 이들 여성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총을 든 탈레반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아프간 여성들. [트위터 캡처]

총을 든 탈레반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아프간 여성들. [트위터 캡처]

여성 인권 탄압으로 악명 높은 탈레반이 집권한 이후 역설적이게도 용기 있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해외로 도피한 것과 달리 여성 교육부 장관 랑기나 하미디(45)와 메이단 샨 시(市)의 여성 시장 자리파 가파리(29)는 아프간을 지켜 주목 받았다. 서구 언론을 통해 아프간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아프간 여성 언론인들도 화제다.

탈레반에 맞서 여성의 교육권에 힘써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파키스탄 출신의 여성 말랄라 유사프자이(24)는 17일 뉴욕타임스(NYT)에 "탈레반은 여성에게도 배울 권리, 직업을 고를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글을 기고하며 이 같은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여성들의 시위를 총을 든 탈레반이 지켜보고 있다. [트위터 캡처]

여성들의 시위를 총을 든 탈레반이 지켜보고 있다. [트위터 캡처]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아프간은 과거 1960~70년대 서구의 영향으로 여성들이 미니스커트를 입을 정도로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또 미군이 주둔한 지난 20년간 아프간 여성들은 자유를 경험했고, 교육을 통해 여권이 신장됐다"며 "탈레반 통치 기간 (1996~2001년)보다 자유를 누린 기간이 훨씬 길기 때문에 이런 억압적인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미군 주둔 당시 태어났거나 어린 시절을 보낸 젊은 여성들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탈레반의 여성 탄압적인 통치에 순응하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탈레반은 여러 차례의 성명을 통해 '히잡' 등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부합할 경우 교육·취업 등 여성의 사회적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수도 카불 점령 후 17일 첫 공식 기자 회견에서도 "이슬람법의 틀 안에선 여성의 권리도 존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카불 거리에서 벌어진 여성 4명의 공개 시위를 보고도 탈레반은 저지하지 않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 [AP=연합뉴스]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 [AP=연합뉴스]

그러나 이와 다르게 아프간에선 여성 인권 탄압이 벌어지고 있다는 증언들도 잇따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탈레반은 집과 호텔 등에 쳐들어가 불시 검사를 하는가 하면, "탈레반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조직원들과 결혼시킬 12~45세 여성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는 프랑스24의 보도도 나왔다.

장지향 센터장은 "탈레반은 전 세계의 이목을 의식해 여성에게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진정성과 지속성엔 의구심이 든다"며 "단적인 예로 탈레반은 여성의 권리를 '샤리아 안에서'라고 강조하고 있는데, 그간 탈레반은 샤리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이를 여성 탄압의 근거로 이용해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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