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쓰고 탈레반 앞에서 방송…강심장 CNN 여기자[영상]

중앙일보

입력 2021.08.17 17:48

업데이트 2021.08.17 21:38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 카불 현지를 취재한 미국 CNN의 여성 기자가 화제다. CNN의 아프간 특파원 클라리사 워드는 16일(현지시간) 방송 뉴스에서 히잡을 쓰고 온몸을 가린 옷을 입은 채 카불 현지 상황을 생생히 전했다. 워드의 뒤로는 무기를 든 채 그를 지켜보는 탈레반 조직원들도 보인다.

CNN의 아프간 특파원 클라리사 워드가 카불 현지에서 소식을 전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CNN의 아프간 특파원 클라리사 워드가 카불 현지에서 소식을 전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워드는 방송 리포트에서 "내 바로 뒤로 수십 명의 탈레반 조직원들이 있다. 일부는 미국 무기를 갖고 다닌다"며 "내가 결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광경"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들(탈레반)은 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고 말한다. 모든 것이 (탈레반의) 통제 하에 있다"고도 했다.

CNN 아프간 특파원 클라리사 워드
현지 생생 보도, 뒤엔 무기 든 탈레반
"여자니까 옆으로 물러나라고 했다"
수백만 조회, "용기 대단" "안전 걱정"

"미국에 전할 메시지는 무엇인가?"란 그의 질문에 한 탈레반 조직원은 "미국은 아프간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이미 많은 인명과 돈을 잃었다"고 답했다.

워드는 리포트에서 "그들은 카메라에 찍히기 위해 다가온다"며 "그들은 '미국에 죽음을'이라고 외치고 있지만, 동시에 우호적으로 보인다. 정말 기이하다"고 말했다.

카불 현지에서 보도 중인 CNN의 아프간 특파원 워드. [트위터 캡처]

카불 현지에서 보도 중인 CNN의 아프간 특파원 워드. [트위터 캡처]

워드는 긴장감과 두려움이 감도는 현지 상황도 자세히 보도했다. 그는 리포트 도중 목소리를 낮춰 "그들이 지금 내게 '여자니까 옆으로 물러나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이렇게 거리에선 사람들의 엄청난 불안감이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표적이 될까봐 걱정하는 사람들, 너무 무서워서 그들의 이야기를 말할 수 없는, 집에 숨어서 거리에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진짜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거리에서 여성 몇 명을 보긴 했지만, 이전에 카불 거리에서 봤던 것보다 (여성이) 훨씬 적다"고 전했다. 워드는 기자인 자신도 "주변 분위기 때문에 히잡을 썼다"며 "이전 카불 거리를 걸을 때와는 분명히 다른 옷차림"이라고 했다.

아프간을 점령한 탈레반 측은 지난 15일 카불 입성 당시 "여성도 히잡만 쓴다면 교육과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고 혼자 집 밖에 나가는 것이 허용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1990년대 탈레반 집권기의 악몽과도 같은 여성 탄압을 기억하는 이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탈레반이 집권하면 부르카 착용을 강제할 거란 예측이 나오면서 부르카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고 한다. 부르카란 얼굴을 포함(눈 부위는 망사 형태)한 신체 모든 부위를 가리는 이슬람 여성 전통 복장을 말한다.

탈레반과 인터뷰 중인 워드 기자. [트위터 캡처]

탈레반과 인터뷰 중인 워드 기자. [트위터 캡처]

워드의 방송 영상은 소셜미디어(SNS)상에 퍼지며 수백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많은 이들이 탈출하는 상황에서 카불에 남아 취재하는 그의 모습에 "용기가 대단하다" "안전이 걱정된다"는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워드 기자는 "(탈레반이) 우호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일부 보수 인사들로부터 "탈레반 편을 들었다"는 뜻밖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전했다.

공화당 소속의 테드 크루즈 상원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워드 기자가 "그들은 '미국에 죽음을'을 외치고 있지만, 동시에 우호적으로 보인다"고 말한 부분을 편집해 올리며 "CNN이 응원하고 싶어 하지 않는 미국의 적이 있기는 한가"라고 적었다.

공화당의 바이런 도널드 하원 의원과 폭스뉴스의 유명 앵커 숀 해니티도 자신의 트위터에 워드 기자의 리포트에서 이같은 발언만 발췌해 올렸다. 하지만 WP는 "전체 리포트를 보면 워드가 탈레반의 편을 든다는 주장은 명백히 틀렸다"며 "추한 공격"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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