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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장 문 닫고…여당 단독 안건조정위 ‘언론징벌법’ 의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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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비교섭단체 조정위원으로 선임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왼쪽)이 18일 오후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비교섭단체 조정위원으로 선임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왼쪽)이 18일 오후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8일 야당 불참 속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건조정소위원회에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단독 의결했다. 국민의힘이 전날 민주당의 상임위 일방처리를 저지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안건조정위 회부 카드를 꺼냈지만, 민주당은 이를 무력화하고 입법 독주를 강행했다.

취재도 불허, 오늘 상임위 통과 예고 #여당, 문체위원장 교체전 강행 방침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 일부 축소 #야당 “깜깜이 의결, 무엇이 두렵나”

민주당 소속 도종환 문체위원장은 이날 6명의 조정위원(여당 몫 3명과 야당 몫 3명)을 민주당 김승원·이병훈·전용기 의원, 국민의힘 이달곤·최형두 의원,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으로 구성해 야당에 통보하면서 반발을 불렀다. 국민의힘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에 민주당 의원들보다 앞장서 온 김의겸 의원을 앉힌 것은 여권 4명 대 야권 2명 구도로 가결정족수(조정위원 3분의 2 이상)를 채우려는 꼼수 배정이라며 항의했다. 이달곤 의원은 안건조정위를 산회하고 김 의원 배제 및 조정위원 재구성을 요구했지만 묵살됐다.

충돌 끝에 이날 저녁 국민의힘 조정위원 2명이 회의를 보이콧하고 퇴장하자 민주당은 “기자들이 회의장 안에 들어오는 건 방역수칙 때문에 안 된다”(전용기 의원)며 여권 의원들끼리 안건조정위를 진행하고 의결을 강행했다. 회의 속개에 앞서 민주당 의원과 취재 허용을 요구하는 기자들 간 실랑이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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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기 의원은 회의실 밖에서 취재 대기 중인 기자들에게 “기자분들이 유튜브든, 어떤 방법으로든 중계하시는 걸로 하라. 우리는 회의를 오픈한 것”이라고 했지만 전 의원이 회의장 안으로 들어간 뒤 문은 잠겼고, 그로부터 한 시간 뒤 의사봉을 두드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밀실에서 4명의 의원은 전날 공개한 민주당의 수정안을 재수정했다. 핵심 독소 조항인 ‘법원의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을 일부 축소한 것이다. 안건조정위원장을 맡은 이병훈 민주당 의원은 “야당이 참석하지 않아 유감”이라면서 “다만 야당 의견을 수렴해 30조2항의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 6개 호를 4개로 줄이면서 현장에서 악용될 소지를 줄였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19일 오전 문체위 전체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상임위에서 최종 의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무력했다. 최형두 의원은 민주당이 안건조정위를 단독으로 개의하자 “다시 깜깜이 소위원회다. 왜 이렇게 공개를 두려워하는 것이냐”며 “임시 위원장이었던 이달곤 의원이 회의 정회를 선언하고 민주당+열린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재개한 회의에 왜 기자는 못 들어가냐”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앞서 여당이 회의를 언론에 공개하는 것을 거부하자 최 의원은 개인 유튜브 계정을 통한 생중계를 시도했고, 이를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유튜브 중계 중인데 다른 의원의 목소리가 들어가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국회법에 (모든 회의는) 공개하게 돼 있는 것을 불합리하게 공개를 막고 있는 것”이라고 맞섰다.

민주당은 8월 국회에서 언론중재법 처리를 필수 과업으로 여기고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오는 25일 야당에 문체위원장 자리를 넘기기 전에 숙원사업인 언론중재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진영 내 요구가 크다”고 말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의 거듭된 반발에 민주당은 새로운 수정안까지 제출하며 적극적으로 협치에 나섰다”며 속도전을 정당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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