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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껌 씹는 모습’ 사과한 강백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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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올림픽에서 껌 씹는 장면으로 논란을 만든 강백호는 지난주 마스크를 쓰고 타격했다. [연합뉴스]

올림픽에서 껌 씹는 장면으로 논란을 만든 강백호는 지난주 마스크를 쓰고 타격했다. [연합뉴스]

“선수보다 사람으로 인정받겠다.”

동메달전 역전패 후 태도 논란 #2년 전엔 과도한 승부욕으로 비난 #“신중하지 못해, 이미지 실추 죄송”

도쿄올림픽에서 ‘태도 논란’에 휘말린 강백호(22·KT 위즈)가 내린 결론이자 각오다. 쏟아지는 비난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더 성숙한 인간이 되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강백호는 지난 7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심드렁한 표정으로 껌을 질겅질겅 씹었다. 이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야구대표팀이 6-10으로 역전당한 8회 초, 더그아웃에서 보인 그의 모습에 팬들이 분노했다. 당시 경기를 중계했던 박찬호 해설위원이 “이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계속 파이팅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후에도 원로 야구인들이 강백호를 질책했다.

이후 침묵의 일주일이 흘렀다. 강백호는 15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수원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를 통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조심스럽다”라고 말문을 연 그는 “(껌을 씹은 건) 충분히 질타를 받을 만한 행동이었다. 신중하게 행동하지 못했고, 안일하게 생각했다”며 “(역전 당한 상황에서) 허탈하고 아쉬워서 멍한 모습이 나왔다. 경기 내내 그런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무조건 내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로 인해 (야구대표팀의) 이미지가 안 좋아져서 너무 죄송스럽다”고 했다.

강백호는 홈런이나 안타를 많이 친다고 야구팬이 느낀 실망감이 풀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번 논란의 본질은 실력이 아닌 태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전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그는 “‘야구로 보여드리겠다’는 생각보다 한 사람으로서 팬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강백호는 2019년에도 태도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 그해 8월 13일 롯데 자이언츠와 부산 경기 7회 초 타석에서 상대 투수 김원중을 상대로 파울을 친 뒤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흙을 발로 차며 인상을 썼다. 이 장면을 본 김원중은 상기된 표정으로 강백호를 노려봤다. 분위기가 꽤 무겁고 심각했다.

강백호는 “노렸던 공을 인플레이 타구로 만들지 못한 자책의 표현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부 야구팬은 강백호가 상대 선수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당시 강백호는 프로 2년 차였다. 마음고생이 컸고,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그는 “승부욕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불쾌감을 준다는 걸 알게 됐다. ‘당차다’며 좋게 봐주시는 분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기 위해 더 조심스럽게 행동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나친 승부욕 탓에 오해를 산 2년 전과 달리, 도쿄올림픽에서는 투지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비난받았다. 이번에도 그는 배움을 얻었다. 그라운드뿐 아니라 더그아웃에서도 자신의 모습이 주목받고, 논란을 만들 수 있다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보이는 행동뿐 아니라 마음가짐부터 고쳐먹기로 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 강백호는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앞으로 더 많은 팬이 그의 언행을 주목할 것이다. 강백호는 달라질 거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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