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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3000만원이면 신용대출도 3000만원…최대 절반 깎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앞으로 은행에서 연봉 이상으로 신용대출을 받기 어려워진다.

금융감독원이 현재 연봉의 120~200% 수준인 은행들의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수준으로 낮추라고 시중은행에 당부했다. 지난 13일 금감원은 은행 여신담당 임원들과 회의를 열고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신용대출 한도를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1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의 모습. 뉴스1

11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의 모습. 뉴스1

다만 금감원의 대출 한도 가이드라인은 신규 대출 희망자에 한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이미 연봉보다 더 많은 대출을 받은 사람들에게 대출금을 회수하기는 어렵다"며 "연봉 이상 대출을 받은 차주가 대출 만기 연장을 할 때 한도를 깎을 것인지 아니면 기존 조건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는 개별 은행이 판단할 몫"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연봉 이하로 대출 한도를 조정하라는 금감원 지침을 기존 차주들에게 소급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 우세하다.

금감원이 신용대출 한도 축소를 주문한 이유는 최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차주들의 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1억원 이상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는 연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지 못하게 하는 규제(DSR)를 적용받지만 1억원 미만 신용 대출 차주에는 이런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DSR을 적용받지 않는 차주 중심으로 빚이 늘었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신용대출로 빚투…"선제 관리 필요"

최근 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1억원 미만의 신용대출을 낸 2030세대들이 주식이나 암호화폐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점도 금감원의 우려를 키웠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산 버블이 꺼지면 대출이 부실화할 우려가 있어 관리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58조원이 넘는 청약증거금이 몰린 카카오뱅크 공모주 청약 등이 진행된 지난달 말 전 금융권의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7조2000억원 폭증했다. 이달 초 청약증거금 환불이 이뤄지면서 기타대출이 지난달 대비 2조7000억원 감소했지만, 청약에 활용된 대출금이 모두 상환되진 않았다. 금감원은 차주들이 청약증거금을 환불받은 후 주식이나 암호화폐 등에 투자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은행권에서는 DSR 규제가 시행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또 다른 '구두 규제'가 나왔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미 고액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들이 강한 규제를 받는 상황에서 평범한 근로소득자들에게도 적용되는 또 다른 규제가 생겼다"며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신용 대출을 줄이고 있는 만큼 당국에서 대출 상한선을 정해주는 식으로 개입할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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