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소비자물가, 추석 전 풀릴 지원금이 부채질 우려

중앙일보

입력 2021.08.04 00:02

업데이트 2021.08.04 01:38

지면보기

종합 10면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두 달 만에 올해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추석을 앞두고 지급될 5차 재난지원금이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전 국민에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 뒤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른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은 데다 시중에 현금이 더 풀리면서 인플레이션 발생에 대한 압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6% 기록
석유류 19.7%, 축산물 11.9% 올라

작년 지원금 지급 때 식재료값 상승
원자재값 인상 맞물려 인플레 우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61(2015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다. 상승률이 9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았던 지난 5월(2.6%)에 이어 두 달 만이다.

주요 농축산물 가격 상승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주요 농축산물 가격 상승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관련기사

지난달 물가 상승을 견인한 요인은 크게 3가지다. 우선 여름휴가 관련 숙박료 등 개인서비스 가격이 전체 상승률 2.6% 가운데 0.87%포인트를 끌어올렸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7% 치솟은 휘발유·경유 등 국내 석유류 가격도 전체 물가를 0.76%포인트 높였다. 농축수산물도 상승률의 0.76%포인트 기여했다.

특히 농축수산물 가격은 지난해 사상 최장의 장마, 올 초 한파 등 기상여건 악화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여파로 고공비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축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11.9% 비쌌다. 달걀 가격 상승률은 57%를 기록하며 2017년 7월(64.8%)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았다. 돼지고기와 소고기 가격도 각각 9.9%, 7.7% 올랐다.

정부가 국민 88%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점은 물가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1%대에 머무르며 저물가 기조를 유지했던던 지난해와 달리, 지금은 2%대 상승률이 넉 달 연속 이어져서다.

7월 품목별 소비자물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7월 품목별 소비자물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늘고는 있지만, 경제 전반은 점차 회복하면서 4%의 경제성장률도 가능할 것으로 보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재난지원금으로 경제 수요가 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재난지원금이 생활물가에 영향을 미치면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더 타격을 받고, 반대로 소비가 충분히 되지 않으면 돈이 자산시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5월 처음으로 전 국민에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서 집밥 식재료 소비가 늘었고, 축산물 가격이 잇따라 올랐던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6월 한우 등심 평균 가격이 처음으로 ㎏당 10만원을 돌파했고, 돼지고기 삼겹살 가격도 지난해 5월 초 대비 6월 중순에 15.6% 급등했다.

정부는 하반기에 물가상승률이 둔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최근 폭염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흐름이 이어지며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에서 “경제활동 정상화 과정에서 수요 측 요인에 의한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확대될 수 있다”며 “위기 대응 과정에서 늘어난 유동성이 적절한 시점에 회수되지 못할 경우 펜트업(pent-up·억눌린) 수요 확대 등과 맞물리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