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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요리학교 출신 일식 요리사, 정용진 반한 갓성비 버거 내놔

중앙일보

입력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두 개를 받은 최고의 일식집에서 셰프로 일하다 햄버거 개발에 몸을 던진 이가 있다. 주인공은 신세계푸드 이재호(40) 노브랜드버거(NBB버거) 메뉴개발 파트장. 이 파트장은 13일 “햄버거 개발을 시작하게 된 건 지금 생각해보면 순전히 운명”이라고 말했다.

[잡썰22] 노브랜드(NBB)버거 개발 주도 신세계푸드 이재호 파트장

이 파트장은 정통 일식 요리사다. 프랑스 르 꼬르동 블루, 미국 CIA와 더불어 세계 3대 요리학교로 꼽히는 일본 츠지조리사전문학교를 나왔다. 전공은 가이세키(일본식 고급 코스 요리). 학교를 마친 뒤 오사카의 일식당에서 일했다.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두 개를 받은 유서 깊은 곳이었다. 이곳에서 실력과 경험을 쌓은 뒤 직접 이자카야를 열었다. “원 없이 돈을 벌던 시절”이라고 했다.

신세계푸드 R&D센터에서 이재호 노브랜드버거 메뉴개발 파트장이 직접 개발한 페퍼로니 버거와 어니언 도넛 등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신세계푸드]

신세계푸드 R&D센터에서 이재호 노브랜드버거 메뉴개발 파트장이 직접 개발한 페퍼로니 버거와 어니언 도넛 등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신세계푸드]

‘한국서 내 요리 보이고 싶어’ 귀국 

장사는 잘됐지만, 같은 ‘츠지’ 출신 선배들을 따라 한국의 한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에서도 내 요리를 선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이후 2013년 8월 신세계푸드로 옮겼다.

햄버거와의 인연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신세계푸드가 NBB버거 개발에 착수한 건 2017년의 일이다. “갓성비(가성비 좋은) 버거를 개발하라”는 정용진 그룹 부회장의 의지에 따라 햄버거 개발에 착수했지만, 시장에 내놓을 만한 제품이 나오진 않았다. 고민하던 경영진은 그를 햄버거 개발에 투입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그가 기존 햄버거와는 다른 관점에서 개발하는 데 적임자라는 뜻이었다.

햄버거 시식하다 체중 10㎏ 늘어

이 파트장은 버거 메뉴 개발을 맡은 이후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웬만한 개인매장부터 글로벌 브랜드까지 수백 가지의 버거를 맛봤다. 그는 “아직도 하루 세 개씩 햄버거를 맛보고 테스트한다”며 “밥을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듯이 매일 먹어도 맛있는 햄버거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햄버거 개발을 맡은 뒤로 체중도 10㎏ 이상 늘었다. 다른 이들과 달리 햄버거만 벤치마킹하지 않는다. ‘같은 햄버거를 따라 해서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국의 유명 갈빗집을 찾아다닌 이유다. 신세계푸드 경영진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모든 버거에 들어가는 특별 소스가 무기 

신세계푸드 R&D센터에서 신세계푸드 이재호 파트장과 배소현 파트너가 지난 6월 출시한 슈가버트 프라이의 소스와 치즈토핑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신세계푸드]

신세계푸드 R&D센터에서 신세계푸드 이재호 파트장과 배소현 파트너가 지난 6월 출시한 슈가버트 프라이의 소스와 치즈토핑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신세계푸드]

그는 미국 현지의 맛을 따라 하는 거로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대신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막국수를 비롯한 여러 요리에 기본(베이스)이 되는 양념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자체 개발한 ’특별 소스‘가 그 결과다. 머스타드(겨자) 소스에 마요네즈 등을 더했다. NBB버거 매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버거에는 이 소스가 들어간다. 2019년 8월 NBB버거 브랜드가 공식 런칭하기 직전 정 부회장이 일일에 새로 개발된 햄버거들을 맛보고 ‘오케이 싸인’을 준 건 유명한 일화다.

이 파트장은 지금도 다양한 먹거리를 수시로 내놓는다. 지난 5월 출시한 페퍼로니 버거가 대표적이다. 출시 2주 만에 판매량이 전주보다 50% 이상 늘었다. ‘햄버거에는 감자가 진리’라는 공식도 깼다. 양파를 도넛 모양으로 튀긴 어니언 도넛, 모짜렐라 치즈와 인절미 맛이 어우러진 인절미 치즈 볼 등이 그의 작품이다.

덕분에 NBB버거는 소비자는 물론 예비 가맹점주 사이에서도 인기다. 지난 5월 브랜드 출시 1년 6개월 만에 100호점을 돌파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가맹사업을 시작한 이래 매월 1000여 건의 가맹 문의가 접수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매월 10~15개의 가맹점이 새로 문을 열어 현재 140여개 매장이 운영 중”이라고 했다. 신세계푸드는 연말까지 노브랜드 버거 매장을 17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고정관념 깨는 100여 종의 햄버거 개발

NBB버거가 잘 나가고 있지만, 사실 그에겐 고민도 많았다. ‘최고의 가성비’를 컨셉으로 하는 만큼 식자재의 질은 유지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을 고수해야 했다. 가격을 신경 쓰기 보다 우수한 재료와 요리사의 솜씨를 뽐내는 데 주안점을 두는 그의 전공(가이세키)과는 정반대다.

페퍼로니 차아바타 샌드위치를 오븐으로 구우며 온도와 맛을 체크 중인 이재호 파트장. [사진 신세계푸드]

페퍼로니 차아바타 샌드위치를 오븐으로 구우며 온도와 맛을 체크 중인 이재호 파트장. [사진 신세계푸드]

이 파트장은 “요리사로서 좋은 식자재로 폼나는 요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늘 갈망할 수밖에 없지만, 합리적인 가격과 그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 역시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식재료의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면서 다양한 소스를 활용해 맛을 내는 식으로 갈증을 풀곤 한다”고 했다. 최근 그는 이탈리아식 빵인 ‘치아바타’를 활용한 샌드위치와 고기 대신 대체육을 넣은 치킨너깃을 선보이며 ‘햄버거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일식 요리사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그에게는 분명한 꿈이 있다. ‘세상에 없던 개성 있고 맛있는 버거를 만드는 일’이다. 이 파트장은 “현재 매장에서 판매 중인 13종의 버거 외에 약 100여 종의 버거를 개발해 놓고 소비자 입맛 변화에 맞춰 메뉴를 리뉴얼하고 있다”며 “내 자식 같은 버거들이 어디서든 사랑받도록 잘 키워내는 일이 요리사로 보람이자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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