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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사냥' 노렸을 뿐인데 7000억 벌었죠···내 인생 '설레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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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제과 윤제권 아이스CM팀 아이스개발 수석매니저

롯데제과 윤제권 아이스CM팀 아이스개발 수석매니저

20여년간 더위와 싸워 온 남자가 있다. 누적 매출 수천억원의 아이스크림 ‘설레임’과 ‘위즐’이 그의 작품이다. ‘와’, ‘와플’ 등 그의 손을 거쳐 간 히트 제품도 여럿이다. 24년 경력의 ‘아이스크림 삼촌’, 롯데제과 윤제권(50) 아이스CM팀 아이스개발 수석 매니저가 그 주인공이다.

[잡썰 21] 윤제권, 롯데제과 아이스CM팀 수석매니저

윤 수석은 아이스크림 제품을 개발하는 일을 한다. 윤 수석은 30일 "신제품 개발은 소비자와 시장, 트렌드를 조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어떤 제품이 인기인지,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좋아할지 등을 분석해, 연구소에서 시제품을 제작한다"고 말했다. 이후 만들어진 시제품은 먹어보면서 다른 관계 부서들과 조율해 맛이나 형태, 포장지 디자인 등을 결정한다.

제품의 가격은 생산 비용과 기간, 필요 설비, 소비자 구매 의향도 등을 고려해 정한다. 제품이 출시됐다고 일은 끝나지 않는다. 소비자들의 평가나 인식을 취합해 제품을 개선하고, 새로운 맛이나 협업 제품을 출시하는 것도 그의 일이다. 신제품 개발엔 평균 약 6개월이 소요된다. 보통 빙과업계는 가을에 개발에 착수해 이듬해 봄에 신제품을 내놓는다.

7000억 넘게 팔린 ‘설레임'의 아버지

롯데제과 아이스크림 제품 '설레임'. 사진 롯데온 캡쳐

롯데제과 아이스크림 제품 '설레임'. 사진 롯데온 캡쳐

그는 최대 히트작으로 ‘설레임’을 꼽았다. 윤 수석은 “당시 ‘더위사냥’(1989년 빙그레에서 출시된 커피 맛 아이스크림)이 펜슬류(연필처럼 생긴 유형) 아이스크림에서 1등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소비자 조사를 해 보니 10·20대 여성 소비자들에게서 펜슬류 및 튜브형 아이스크림 수요가 높았는데, 용기 형태가 먹기 불편하거나 흉해서 잘 못 먹겠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그래서 다른 형태의 용기를 고민한 끝에 짜서 먹는 젤 타입의 용기를 도입했다”고 회상했다. 맛은 더위사냥 주 소비자층을 겨냥해 ‘커피맛’과 다양한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복합 과일맛’ 2가지로 준비했다. 이름은 ‘눈처럼 내려온다’는 의미를 담아 설레임으로 지었다. 출시된 해에만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낼 정도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출시 1년 후, 롯데제과는 ‘설레임 밀크쉐이크맛’을 추가로 선보였다. 윤 수석은 “넓은 타깃을 공략할 수 있고, 동시에 꾸준히 인기를 끄는 맛을 찾으려 했다. 그러다 ‘패스트푸드점 밀크쉐이크 맛을 아이스크림에 적용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했다. 2003년 처음으로 출시된 설레임은 지난해까지 누적 매출 7350억원을 기록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위즐

위즐

판매 부진해 단종한 '라이트엔젤' 재출시  

2001년 출시돼 지금까지 누적 매출 2000억원을 넘긴 ‘위즐’도 그가 개발을 주도했다. 윤 수석은 “그때 한창 배스킨라빈스 같은 아이스크림 전문점이 유행을 하고 있었다”며 “아이스크림 제품도 단일한 맛이 아니라, 아이스크림 전문점처럼 여러 가지 맛을 섞거나 견과류 등 씹히는 맛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복합적인 맛의 고급 제품 컨셉으로 위즐을 만들게 됐다”고 했다. 제품명에는 ‘우리(we)'와 '즐거움’이라는 뜻이 담겼다.

만든 제품이 다 잘 팔린 건 아니다. 그는 기억에 남는 제품으로 2018년에 나온 저칼로리 아이스크림 ‘라이트엔젤’을 꼽았다. 윤 수석은 “아이스크림의 경우 당 함량과 칼로리가 높은 것에 대해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있었다. 그래서 당과 칼로리를 대폭 줄여 내놓은 제품”이라며 “어머니가 당시에 당뇨가 심하셔서 아이스크림을 못 드셨는데, 이 제품을 가져다 드리니 그렇게 좋아하셨다. 당뇨 환자들이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이 제품이 올라왔는데, 개인적으로 감동을 받은 순간이었다”고 떠올렸다. 판매 부진으로 단종됐던 라이트엔젤은 올해 재출시됐다.

“아이스크림은 편하게 사먹을 수 있어야”

서울 한 마트의 아이스크림 진열대. 뉴스1

서울 한 마트의 아이스크림 진열대. 뉴스1

새로운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 그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 윤 수석은 “아이스크림은 편하게 사먹을 수 있어야 한다. 양질의 제품을 안전하고 가성비 좋게 선보이는 건 아무 데서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제 가족이 먹어도 안전할 제품을 계속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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