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삼성폰 中점유율 1%, 중국인에 이유 물었더니 "왜 사야하죠?"

중앙일보

입력 2021.08.15 23:22

업데이트 2021.08.16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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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박성훈 기자 중앙일보 베이징특파원
지난 12일 베이징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쇼핑몰 다위에청 내 삼성 휴대폰 매장. 베이징의 10개 삼성 휴대폰 매장 중 가장 크다. 박성훈 특파원

지난 12일 베이징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쇼핑몰 다위에청 내 삼성 휴대폰 매장. 베이징의 10개 삼성 휴대폰 매장 중 가장 크다. 박성훈 특파원

“다음 목표는 3년 안에 세계 1위를 하는 겁니다. 이런 목표를 알려드리는 건 저희가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걸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중국 삼성 폰, 점유율 1% 추락
20대 “잘 모르고 관심도 없다”
중장년 “폭발했던 폰 왜 사나”
애국주의 영향 “미국편은 안 사”
삼성 “차별화된 제품으로 승부”

지난 10일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은 베이징에서 진행한 연례 성과 및 플래그십 휴대폰 ‘MIX4’ 온라인 공개 발표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샤오미의 올해 2ㆍ4분기 세계 휴대폰 출하량은 삼성 19%에 이어 17%로 처음 2위로 올라섰다. 애플은 14%로 3위였고, 중국 업체인 오포(OPPOㆍ10%)와 비보(VIVOㆍ10%)가 4, 5위였다.

지난 10일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휴대폰 MIX4 공개 발표 온라인 영상에서 ″다음 목표는 3년 내 세계 1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웨이보 캡쳐]

지난 10일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휴대폰 MIX4 공개 발표 온라인 영상에서 ″다음 목표는 3년 내 세계 1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웨이보 캡쳐]

중국 기업들이 선두 삼성의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반대로 삼성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13년 이후 8년 연속 하락하며 지난 7월 기준 처음으로 1%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조사업체 스탯카운터) 삼성이 중국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뭘까.

베이징 시내 중심가에 있는 대형 쇼핑몰 다위에청(大悅城).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아너(HONOR) 등 모든 브랜드가 밀집해 판매 경쟁을 벌이고 있다. 베이징에서 가장 큰 삼성 휴대폰 매장도 이곳에 있다.

지난 12일 오후, 평일인데도 5층 매장에는 휴대폰을 보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샤오미 매장. 후베이성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베이징 소재 대학에 입학 예정인 여학생 왕(王·19)이 언니와 함께 휴대폰을 고르고 있었다. 그에게 삼성 휴대폰도 살 생각이 있는지 묻자 이같은 답이 돌아왔다. “삼성 폰을 잘 몰라서 생각 안해 봤어요. 주변에서 쓰는 친구도 본 적이 없고 광고도 잘 못 봤고요.”

베이징 매장에서 팔리고 있는 중저가 모델 샤오미 11 청춘판(왼쪽)과 갤럭시 F52 5G(오른쪽). 삼성은 2099위안(35만여원)인 샤오미 제품보다 200위안(3만4000원) 더 싼 1899위안(32만여원)으로 팔고 있다. 박성훈 특파원.

베이징 매장에서 팔리고 있는 중저가 모델 샤오미 11 청춘판(왼쪽)과 갤럭시 F52 5G(오른쪽). 삼성은 2099위안(35만여원)인 샤오미 제품보다 200위안(3만4000원) 더 싼 1899위안(32만여원)으로 팔고 있다. 박성훈 특파원.

중국 젊은층들에게 삼성 휴대폰의 인지도는 예상보다 더 낮은 수준이었다. 직장 여성인 짜오(趙ㆍ28)도 비슷한 대답을 했다. “주변에 판매점이나 수리하는 데가 별로 없고, 아이치이(愛奇藝) 같은 동영상 사이트에 보통 휴대폰 광고가 많이 나오는데 삼성은 거의 못 본 것 같다”며 “사람들이 삼성 휴대폰에 거의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칭화대 대학원생 가오(高ㆍ27)는 “관심을 갖고 매장을 둘러봤는데 왜 삼성 휴대폰을 사야 하는지 설명이 필요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30~40대에선 무관심보다 반감이 문제였다. 화웨이 매장에서 만난 직장인 진(金ㆍ39)은 “예전에 폭발 사고가 있지 않았나. 휴대폰 종류도 많은데 굳이 그런 사고가 있었던 폰을 구입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30대 이상 중국인 2명 중 1명꼴로 삼성 휴대폰을 묻는 질문에 2016년 8월에 있었던 노트7 폭발 사고 얘기를 먼저 꺼냈다. 5년 전 사건이 중국에선 아직 삼성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지난 5월, 올 1분기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의 중국 내 휴대폰 판매 수치가 발표를 전한 뉴스. 삼성의 중국 점유율이 1.3%인 점을 지적하며 ″2016년 폭발 사고 후 삼성이 중국 본토에서 휴대폰을 리콜하지 않았고 차별화된 대우가 중국 소비자들을 실망시켰기 때문″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샤오샹모닝뉴스 캡쳐]

지난 5월, 올 1분기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의 중국 내 휴대폰 판매 수치가 발표를 전한 뉴스. 삼성의 중국 점유율이 1.3%인 점을 지적하며 ″2016년 폭발 사고 후 삼성이 중국 본토에서 휴대폰을 리콜하지 않았고 차별화된 대우가 중국 소비자들을 실망시켰기 때문″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샤오샹모닝뉴스 캡쳐]

당시 사고와 관련해 삼성을 비방하는 내용이 중국 소셜미디어나 블로그에서 지금도 돌아다니고 있다. “노트7 폭발사고에도 삼성은 여전히 문제의 휴대폰을 중국서 출시했고 중국만 제외하고 세계 250만 대를 리콜했다”(필명:醉井觀上), “삼성은 미국ㆍ유럽과 다르게 중국에 이중잣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많은 중국인이 삼성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 못하다”(필명:嘰歪數碼). 이런 비난이 삼성 휴대폰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함께 유통된다.

삼성은 2016년 중국에 판매된 노트 7을 리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기존 폭발 배터리와 다른 제조사의 제품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리콜이 불필요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현지 사정에 밝은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경쟁이 심한 휴대폰 업계에서 삼성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된 여론전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중국 내 애국주의적 분위기가 갈수록 강해지는 원인도 있어 보인다. 작은 가게를 운영 중이라는 순(孫ㆍ45)은 “한국 사람들이 일본 제품 안 좋아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한국ㆍ미국ㆍ일본이 같은 편이고 사드(THAAD) 문제도 있고 한데 굳이 삼성폰을 살 이유가 없다”며 정치적인 영향을 받고 있음을 시사했다. 순씨는 자신이 공산당원은 아니라고 했다. 김치ㆍ한복 등 한ㆍ중 간 논란거리가 있을 때 표출되던 중국의 반한(反韓) 감정이 생각보다 일상에 퍼져 있었다. 삼성폰 구매가 일종의 바로미터였다.

베이징 삼성 휴대폰 매장. 갤럭시 폴드2와 S21 울트라 등 플래그십 제품들이 입구에 전시돼 있다. 박성훈 특파원

베이징 삼성 휴대폰 매장. 갤럭시 폴드2와 S21 울트라 등 플래그십 제품들이 입구에 전시돼 있다. 박성훈 특파원

삼성전자 중국법인 측은 “다른 나라도 경쟁이 치열하지만 세계 5위권 업체가 한꺼번에 경기를 벌이고 있는 곳이 중국”이라며 “정부 지원과 자국민들의 지지까지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기 때문에 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저가 제품은 팔아도 이윤이 많지 않다. 샤오미의 판매량이 늘었다지만 수익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갤럭시 폴드3 출시에 맞춰 중국에서도 체험존을 늘리는 등 대대적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 결국 관건은 품질이기 때문에 차별화된 제품으로 승부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중국에서 휴대폰은 더는 부를 나타내는 수단이 아니다”라며 “프리미엄 폰 판매에 집중하더라도 사용자층을 확대해 브랜드 인지도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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