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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모가디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류승완 감독의 11번째 장편영화 ‘모가디슈’는 실화 영화다. 1991년, 내전 중인 소말리아. 남한과 북한의 대사관 사람들은 그곳을 빠져나오기 위해 손을 잡는다. 반군이 퍼붓는 총탄 속에서 차를 몰고 질주하는 사람들. 그들은 생존을 위해 하나가 되어야 한다. 여기서 이 영화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이 가능하다. 먼저 내부에서 본 ‘모가디슈’는 남한과 북한의 사람들이 우연한 기회에 함께하게 되고 이념을 넘어 휴머니티를 느낀다는 ‘분단 장르 영화’의 틀 안에 있다. 극도로 절제하며 신파적 감정을 허락하지 않는 감독의 연출력이 빛나는 대목이다.

모가디슈

모가디슈

밖에서 본 ‘모가디슈’는 소말리아 내전에 대한 이야기다. 그 내막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진 않지만,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해야 할 정도로 당시의 소말리아는 카오스였다. 그 상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캐릭터는 바로 기관총을 든 소년들이다. 북한 대사관은 여러 차례 약탈을 당하는데, 아이들은 마치 장난감처럼 총을 들고 사람들을 협박한다.

그렇다면 이 아이들은 어디서 왔을까? 여기서 우린 영화 전반부에 바닷가에서 공을 차던 아이들을 떠올리게 된다. 전쟁은 아이들이 폭력을 놀이처럼 즐기게 만든 셈이다. 끔찍한 사실은 내전이 30년 가까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는 것. 인생의 대부분을 전쟁터에서 보낸 그 꼬마들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우린 탈출에 성공했지만, 모가디슈 사람들은 여전히 그 안에 갇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