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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만의 뉴스뻥]노예의 길로 이끄는 부동산 사회주의

중앙일보

입력

  “임기 내에 주택공급을 250만 호 이상 공급하고, 이중 기본주택으로 100만 호 이상을 공급해 장기임대공공주택 비율을 10%까지 늘리겠다... 33평까지 내 가족이 평생 역세권에서 월세 60여만 원으로도 얼마든지 살 수 있도록 하는 거다.” - 이재명 후보. 2021년 8월 3일 국회 기자회견.
 “토지의 가치 상승은 국가가 대부분 투자하는 도로, 지하철 등 사회 인프라 구축 때문이다. 따라서 토지 이득을 소수가 독점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고 정의롭지 않다... 헌법 해석상 인정되는 토지공개념만으로는 집행력이 확보되지 못한다. 법률이 뒷받침돼야 한다.” - 이낙연 후보. 2021년 7월 6일 국회 기자회견.
 여권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은 얼마나 실효성 있고, 사회문화적 가치 질서에 합당할까요. 먼저 재원 문젭니다. 이재명 후보는 역세권에 월 60만원, 30평대 아파트를 공급한다는데 비용은 어떻게 충당하나요. 그것도 임기 내 100만호를 짓겠다는데, 엄청난 재원이 들어갑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쌀처럼 가격이 떨어지면, 사고, 올라가면 되파는 주택관리매입공사를 운영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파트는 빵도 쌀도 아닙니다. 강호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가 가격통제를 하려면 전체 주택의 10%는 갖고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주택 총액이 대략 3600조원이니, 360조원을 들여 집을 사놔야 합니다.

10% vs 90%의 갈라치기

 한 술 더 떠 국토보유세도 나옵니다. 사실상 상위 10%에겐 무거운 세금을 나머지 90%에겐 혜택을 주겠다는 겁니다. 이재명 후보는 “전액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지급해 조세저항을 줄여야 한다... 극히 일부인 고가주택을 제외한 대다수 서민의 1가구1주택을 포함한 90% 가까운 가구가 순 혜택을 보게 된다"고 했습니다.
 이낙연 후보의 토지공개념은 현실성이 부족합니다. 특히 택지소유상한은 1999년 헌재에서 위헌 결정 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법률을 발의했죠. 이 법은 한 가구가 소유할 수 있는 택지면적을 800평으로 제한했습니다. 특별·광역시는 400평으로 그 절반입니다. 일반 시는 600평이고요.
 상한 초과시 최고 9%의 부담금을 물립니다. 그런데 여당에서조차 비판이 나옵니다. 또 다른 대선후보인 정세균 전 총리는 택지소유상한법에 대해 “세금을 감수하고도 매물을 내놓지 않을 것이며, 오른 세금만큼 세 부담을 전가시켜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낙연 후보가 제안한 택지소유상한선은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법안은 시 이외 지역의 가구당 소유 가능한 택지 면적을 2640㎡(800평)로 제한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사저 부지로 매입한 경남 하북면 일대 5개 필지의 전체 면적이 2630.5㎡입니다.

"부동산 공산주의냐?" 

 야당에선 일찌감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사회주의·공산주의에 빗댔습니다.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부동산 시장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 재산권과 거주이전의 자유가 침해되면서 부동산 사회주의를 꿈꾸는 게 아닌가 하는 비판도 나온다"고 했습니다.
 주호영 국민의힘 당시 원내대표도 "부동산을 가진 자에게 고통을 주겠다는 선동이 증오심을 불러일으킨다, 사적 소유는 모두 거둬들여야 한다는 생각은 공산주의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토지공개념은 추미애 후보도 일찌감치 주장할 만큼 여권에선 큰 인기입니다.
 이에 대해 강호인 전 장관은 이렇게 말합니다. “집값 상승의 본질은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 부족이다. 해결 방법은 국민 각자가 원하는 주택을 적절히 공급하는 거다. 토지공개념을 내세우는 건 문제는 풀 생각 없고, 이념 갈등을 부추겨 표를 얻으려는 거다.”

노예의 길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습니다... 과거엔 정말 미친 전월세 그런 이야기 했는데 지금 우리 정부 하에서 전월세 가격은 아주 안정돼 있지 않습니까” - 2019.11.19 국민과의 대화 문재인 대통령
 국가가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착각, 엘리트가 국민을 가르치는 오만이 부동산 참사를 부른 거죠. 정부는 자꾸 국민에게 집은 매수하는 게 아니라, 거주하는 곳이라고 강요합니다. 임대주택에 평생 살고 싶은 사람도 있고, 내 집 마련을 하고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역할은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돕는 겁니다.
  ‘공공’을 무기로 개인의 ‘사적 소유’를 억압해선 안 됩니다. 리처드 파이프스는 “시민의 자유는 소유권에 대한 공적 보장에서 시작된다, 지나친 평등주의가 자유는 물론 평등 자체도 파괴한다“고 했습니다(『소유와 자유』).
  자유에는 경쟁과 노력, 책임이 뒤따릅니다. 정부는 시민 각자가 노력을 통해 더 나은 성취를 이루고, 공정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고민해야 합니다. 소외된 이들에겐 스스로 일어설 기회가 필요하고요.
  국가가 뭐든 해주겠다는 발상은 대중을 ‘노예의 길’로 이끌 뿐입니다. “물질적 욕구에 대한 좌절을 국가권력으로 보상받으려는”(『소유와 자유』) 심리가 팽배할 때, 우리는 선의로 포장된 지옥으로 가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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