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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만의 뉴스뻥] 최순실 땐 언론자유 ,조국 땐 언론재갈...노무현 리버럴에 배신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 했습니다. 당선되기 며칠 전(5월 3일) 세계 언론 자유의 날엔 “언론이 보다 일찍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쳤다면 국민의 고통은 훨씬 적었을 것이다, 언론의 침묵은 국민의 신음으로 돌아온다”고 했습니다. 취임 두 달 만에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엔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독립성 신장을 포함시켰고요.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언론의 자유, 나아가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습니다. 특히 대표적인 리버럴 정치인인 노무현이 그랬죠. 그는 1990년 충분한 논의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3당 합당을 비판하며 이렇게 외쳤습니다. “이게 회의입니까. 다른 의견이 있으면 반대 토론을 해야 합니다! 토론과 설득이 없는 회의가 어디 있습니까.“ 마치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을 패싱하고 입법독주를 해온 일이 떠오릅니다.
 권력은 늘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합니다.  2009년엔 미네르바 사건이 있었죠. 정부에 비판적인 논객 미네르바를 구속시킨 겁니다. 당시 민주당은 이명박 정권을 향해 날선 비판을 가했습니다. 송영길 당시 최고위원은 2009년 1월 9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논객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볼 수 있나, 이를 탄압하는 것은 언론 표현의 자유에 심각한 제약을 가져온다“고 했습니다.

검찰개악 이은 언론재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언론의 수혜를 입은 민주당은 처음엔 언론 자유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다 돌변한 거죠. 첫 시작은 대강 김경수 전 지사의 드루킹 사건부텁니다. 추미애 당시 민주당 대표는 2018년 4월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의원 실명이 유출된 경위와 이를 왜곡·과장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서도 분명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추미애 대표는 미안했던 걸까요. 자신이 주도한 댓글 공작 수사의 몸통이 드루킹이고, 배후에 김 전 지사가 있단 사실이 밝혀지자 돌연 언론 탓을 시작합니다. 이어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이 불거질 때마다 여권에선 언론을 공격했습니다. 정점을 찍은 건 조국 사탭니다.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이 검찰 수사로 이어지고, 상당수가 사실로 밝혀지자 언론을 물어뜯기 시작합니다.
 특히 서초동 촛불집회에서 언론개혁이 핵심 구호로 떠올랐죠. 민언련 출신의 최민희 전 의원은 2019년 10월 12일 “검찰개혁 다음은 언론개혁”이라고 외쳤습니다.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김의겸 당시 후보는 2020년 3월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을 물어뜯거나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키는 기사가 너무 많았다, 언론개혁을 이루고 싶다”고 했습니다.

비판이 사라진 미래의 끝은?

 여당은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참패하고, 검수완박까지 무산되자 언론법 개정에 속도를 냅니다. 강경파인 김용민 의원이 위원장을 맡아 징벌적 손해배상을 당초 3배에서 5배로 늘렸고, 처음 규제 대상이던 유튜브에서 기성 언론으로 타깃을 바꿨습니다. 야당은 물론 강하게 반발합니다. 언론재갈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한편에선 언론재갈을 속으로 반깁니다. 훗날 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 지금 재갈을 물려 놓으면 편하기 때문이죠. 과거의 미네르바 사건처럼 말입니다. 이처럼 권력은 늘 비판을 싫어합니다. 베네수엘라에 들어선 독재정권이 제일 먼저 한 것도 검찰과 법원을 장악하고, 언론의 입을 막은 겁니다. 그래야만 제 멋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죠.
 1950년 베네수엘라는 1인당 GDP가 세계 4위였습니다. 석유 매장량 1위의 부자 나라였죠.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베네수엘라는 세계에서 가장 어렵게 사는 나라 중 하나가 됐습니다. 비판과 견제가 사라지고 남은 건 망가진 현실과 어두운 미래뿐입니다. 일제강점과 6·25전쟁을 겪고도, 우리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조금씩 무너져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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