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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보육 이용률 90%, 휴원령에도 어린이집 다시 북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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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9호 04면

코로나 보육대란 심화

거리두기 4단계를 시행중인 서울 한 어린이집에 휴원 안내문이 붙었다. 가정돌봄이 원칙이나 긴급보육을 통해 아이를 맡길 수 있다. [뉴스1]

거리두기 4단계를 시행중인 서울 한 어린이집에 휴원 안내문이 붙었다. 가정돌봄이 원칙이나 긴급보육을 통해 아이를 맡길 수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맞벌이 부부의 보육대란도 심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수도권 지역 어린이집을 휴원하고, 긴급보육 이용은 최소화한다고 권고했다. 가정보육이 가능한 경우엔 등원을 제한한 것은 물론 긴급보육을 이용하더라도 꼭 필요한 일자와 시간에만 이용하라는 지침이다. 어린이집 내 보육교직원 역시 긴급보육에 필요한 최소한만 배치하고, 교대근무 등을 통해 출근 인원을 줄여야 한다.

거리두기 4단계 거듭돼 피로 가중 #재택근무하면서 가정돌봄 한계 #회사 어린이집 아이 데려다 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 업무 처리도 #보육교사 교대근무 사실상 불가능 #일부선 원장 재량 긴급보육 제한도

문제는 거리두기 4단계 연장이 거듭되면서 가정돌봄의 피로도 역시 증가한다는 점이다. 특히 맞벌이 부부들은 사태 장기화로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지인(39)씨는 지난 9일부터 자녀를 다시 어린이집에 보냈다. 김씨는 “지방에 거주중인 친정 부모님이 한 달 가까이 친정과 집을 오가며 아이를 봐줬지만 한계에 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선 어린이집에선 부모 중 한명이 재택근무를 할 경우 가정돌봄을 강력히 권고한다. 그러나 이 역시 맞벌이 부부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대책이다. 서울 강동구에서 6세, 3세 자녀를 둔 유성훈(42)씨는 격주로 재택근무 중이다. 아내 역시 프리랜서로 일한다. 유씨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돌아오기 전까지 끝내려 점심도 거른 채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재택근무라도 일과 시간에 업무와 육아를 병행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자녀를 직장 어린이집에 보내려 회사에 가는 경우도 있다. 김윤주(34)씨는 격일로 재택근무를 하지만 매일 9시 회사에 간다. 집에서 30분 거리를 운전해 아이를 내려준 후 자신은 다시 집으로 와 업무를 보는 식이다. 김씨는 “전체 직원의 30%만 출근하는데 정작 아이들은 거의 100% 사내 어린이집으로 등원하는 웃지못할 상황”이라며 “사정을 모르는 일부 보육교사들은 부모가 집에 있는데 왜 애를 등원시키냐고도 한다던데 그나마 직장 어린이집에선 이해하는 분위기라 마음이 한결 편하다”고 말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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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측에서 긴급보육을 이용하지 말라고 권유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 송파구에서 국공립어린이집을 운영하는 한 원장은 “(4단계 시행)초반에는 전체 보육인원의 절반 정도만 긴급보육을 이용했지만 한 달쯤 지난 현재는 거의 90%가 등원한다”며 “휴원명령 중에는 보육교사 역시 교대근무를 통해 최소화할 필요가 있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휴원령에도 어린이집이 붐비는 것은 맞벌이가 아니어도 긴급보육을 이용하는데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학기 초 어린이집 입소 순위를 결정하는 것은 맞벌이 유무와 자녀 수, 거주 지역 등이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맞벌이 가정 자녀에게 우선권이 돌아간다. 어린이집 입소 당시 재직증명서를 제출하면 중간에 퇴사해도 보육 혜택을 이어갈 수 있다. 일각에선 구직활동증명서만으로 맞벌이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점을 악용해 어린이집 입소순위를 당기기도 한다. 구직활동증명서는 고용노동부의 고용정보시스템인 ‘워크넷’에 구직활동 등록만 하면 출력이 가능하다. 실제로 구직 의사가 없음에도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위장 등록’하는 사례도 있다. 이런 사례를 막기 위해 일부 어린이집에선 면접확인서를 추가로 요청하는데, 이에 대비해 맘카페에선 구직 활동이 실제 취업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희망 연봉을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하거나 연락이 오지 않을 회사에만 지원하라는 식의 조언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학부모의 코로나 선제검사를 요구해 ‘등원 장벽’을 높이는 어린이집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권고사항에 그친다. 가정어린이집을 운영하는 한 원장은 “국공립과 달리 개인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원아가 줄면 수익도 줄어드는데 자칫 무리한 검사를 요구했다 그만둔다고 할까봐 강력하게 말할 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일부 어린이집에서는 긴급보육을 꺼리거나 이용하는 아동이 적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보육 인원이 없다는 이유로 가정돌봄을 반강제하거나 하원시간을 앞당겨 통보하는 식이다. 보건복지부의 방침을 무시한 채 원장 개인의 재량으로 긴급보육을 막는 셈이다. 학부모는 별도로 육아 도우미를 구하거나 조부모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서울 마포구의 가정어린이집에 2세 자녀를 보내는 박선미(37)씨는 반에서 긴급보육을 이용하는 유일한 학부모다. 직장에서 재택근무를 하지도 않아 박씨의 자녀는 매일 아침 8시부터 6시까지 혼자 어린이집에 있는다. 박씨는 “전업주부의 비율이 높은 어린이집이라 그런지 4단계 상향 후로는 같은 반 아이들은 모두 가정돌봄 중이라고 한다”며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비용이 들더라도 육아 도우미를 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가정마다의 사정을 일일이 확인해 조치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호원 보건복지부 보육정책관은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 모든 국민들의 방역 참여와 각종 활동 자제가 필요한 시점이며, 어린이집도 당연히 예외일 수 없다”며 “다만 맞벌이 가정을 비롯해 각종 개인 사정으로 가정돌봄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긴급보육 사유를 제한하지 않으니 꼭 필요한 부모에 한해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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