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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어불능' 의료붕괴, 초점 잃은 스가의 눈···최악 치닫는 일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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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어 불능 상태다." "재난 수준의 비상사태." "재해 시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몸은 자신이 지켜야 한다."

12일 열린 일본 도쿄(東京)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모니터링 회의에서 쏟아진 전문가들의 신랄한 진단이다.

12일 도쿄 5천, 전국 감염자 2만명 육박 #40~50대 중증환자 속출...의료붕괴 시작 #올림픽으로 '자숙모드' 깨져 방법 안보여 #'137일 연속집무' 스가, 건강 악화 우려도

지난 6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일본 도쿄 시내를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일본 도쿄 시내를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의 코로나19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고 있다. 12일 도쿄에서만 4989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전국적으로는 1만 8822명이 확인돼 2만명에 근접했다. 도쿄에서만 2만명 넘는 환자가 병상을 찾지 못해 집에서 요양하는 등 의료 붕괴도 현실화하고 있다.

"구해야 할 생명 구할 수 없는 상황"

13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12일 기준으로 도쿄도에서 자택 요양 중인 코로나19 환자는 2만 726명이다. 도내 중증자는 218명으로 역대 최다다. 전국 중증자 수도 1404명에 달해 과거 최다였던 1413명(5월 25일)에 육박했다. 중증 환자의 대부분은 아직 백신을 맞지 못한 40~50대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집에 머물다 상태가 악화해 구급차를 불렀지만 병원을 찾지 못해 거리를 헤매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1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바(千葉)현 등 수도권에서는 이번 주 이후 병원 30~60곳에 전화를 걸어야 겨우 병상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 병원장 회의에선 "보통이면 구할 수 있는 생명을 구할 수 없는 사태가 시작됐다"는 진단이 나왔다.

"긴급사태가 아니라 보통사태" 

문제는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에선 이미 전국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가운데 도쿄를 포함한 6곳에 코로나19 방역 조치 최고 단계인 긴급사태가 선언돼 있고, 교토(京都) 등 13개 지역에는 그 아래 단계인 만연방지 등 중점조치가 시행 중이다.

9일 일본 도쿄에서 경비 회사 직원이 불이 꺼진 올림픽 성화대를 순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9일 일본 도쿄에서 경비 회사 직원이 불이 꺼진 올림픽 성화대를 순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올림픽으로 인해 '자숙 분위기'는 완전히 깨졌고, 9일부터 15일까지인 장기 연휴 '오봉야스미'(お盆休み)로 귀성이나 휴가 인파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긴급사태 지역을 대폭 확대하고 기간도 현재 8월 말에서 9월 말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지만, 정부 내에서조차 이미 "'긴급사태'가 아니라 '보통사태'"라는 자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코로나19 분과위원회의 오미 시게루(尾身茂) 회장은 12일 현재 일본 내에 위기감이 공유되지 않고 있음을 우려하면서 "도쿄도의 인파를 긴급사태 전인 7월 초의 절반 이하로 줄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한 경고 메시지를 냈다.

'눈에 힘없는' 스가 총리, 건강 악화 우려

올림픽 이후 코로나19의 폭발적 확산이 예상됐음에도 개최를 밀어붙였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입을 닫고 있다. 코로나 상황으로 휴가는 내지 못하지만 오전 늦게 출근해 오후 일찍 퇴근하는 '여름휴가 모드'로 보내고 있다.

9일 오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나가사키(長崎)시에서 열린 원폭 희생자 위령 평화 기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9일 오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나가사키(長崎)시에서 열린 원폭 희생자 위령 평화 기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3일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일요일이었던 올해 3월 28일을 마지막으로 온전한 휴일을 보낸 적이 없고, 12일까지 137일 연속으로 집무했다. 스가 총리와 빈번히 대면하는 각료들 사이에선 "(총리가) 수척해졌으며, 눈에는 힘이 없어졌다"는 말이 나온다. 피로가 쌓였기 때문인지 총리가 회의 중에도 현안에 집중하지 못해 맥이 빠질 정도로 싱겁게 회의가 끝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한다.

스가 총리는 1948년 12월생으로 만 72세다. 요미우리신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코로나19 상황에서 147일 연속으로 집무한 뒤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악화해 퇴진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과로로 인한 스가 총리의 건강 악화를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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