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서소문 포럼

끝 모를 ‘조국의 늪’

중앙일보

입력 2021.08.13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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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원배 기자 중앙일보 디렉터 兼 콘텐트코디네이터 兼 시민사회연구소장
김원배 사회디렉터

김원배 사회디렉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 재판의 하이라이트는 6월 28일 공판이었다. 이날 정 교수 변호인은 “조 전 장관의 딸(조민)이 2009년 5월 1~15일 활동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는 주무 교수이던 조 전 장관이 그간의 활동을 고려해 재량으로 써준 것”이라고 밝혔다.

딸의 ‘7대 스펙’ 2심서도 유죄
여권 옹호, 판사 탄핵 청원 반복
재판 불복으로 법치주의 흔들

조 전 장관은 그동안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확인서와 자신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이 말은 인사청문회 당시 조국 후보자의 답변을 일부 부정하는 것인가”라고 물었고, 변호인은 “그렇다. 재판을 통해 사실관계를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2019년 9월 6일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조국 후보자는 딸의 인턴 확인서가 어떻게 발급됐느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제가 관여한 바가 없다”고 답변했다.

논란 끝에 임명된 조국 법무부 장관은 같은 해 9월 23일 출근길에 이렇게 말했다. 딸의 인턴 확인서를 조 장관이 셀프 발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 날이었다.

“인턴십 관련 서류를 제가 만들었다는 보도는 정말 악의적이다. 공인으로서 여러 과장 보도를 감수해 왔지만 이것은 정말 참기 어렵다.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2년 가까이 지난 이 시점에 조 전 장관의 당시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재량이 맞나의 문제는 논외로 하고 왜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가.

서소문 포럼 8/13

서소문 포럼 8/13

지난 11일 항소심 재판부는 정경심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면서 인턴십 확인서는 조 전 장관이 허위 문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1심 판결도 같았다.

지난달 23일 조 전 장관 본인의 1심 공판에서도 주목할 만한 장면이 나왔다. 2009년 5월 촬영된 공익인권법센터 세미나 동영상 속 여성이 조민이 맞다는 주장이다. 조 전 장관 옹호자들은 이를 쟁점으로 부각했다. 하지만 정 교수 항소심엔 영향을 주지 못했다.

정 교수 측은 재량이라는 주장을 들고 나왔지만 당시 공익인권법센터장인 한인섭 교수의 허락이나 위임이 없다면 재량이 성립할 수 없다. 표시된 인턴 기간이 5월 1~15일인데, 이 기간은 조민의 고교 유학반 시험 시기와 겹친다는 것이 1심 판결문에 나와 있다. 다소 과장된 것과 허위인 것은 법률 전문가가 아니라도 충분히 구분할 수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인턴십 확인서에 적힌 기간, 대상(세미나를 위한 것), 자격(고교생 인턴), 발급권자(한인섭)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세미나 참석 여성이 누구인지는 확인서 허위 여부를 가리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없으니 따로 판단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경수 전 경남 지사가 유죄를 받은 드루킹 재판의 ‘닭갈비 영수증’이 떠올랐다. 기존 증거를 흔들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앙가주망(지식인의 사회참여)’을 외치던 법대 교수가 공직에 들어와서 결과적으로 진영 갈등과 사법 불신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지난해 말 1심 재판부가 정 교수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하자 법관 세 명에 대한 탄핵 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갔고, 45만여 명이 동의했다. 벌써 2심 재판부 탄핵 청원이 올라왔다고 한다.

사실 조민의 세미나 참석 주장은 인턴 확인서의 진위보다는 검찰 수사 방식을 문제 삼고, 지지자들에게 재판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는 명분을 준다.

더구나 여권 대선 주자 중 일부가 판결이 가혹하다며 조 전 장관을 옹호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분위기라면 당사자는 어떤 사실을 인정하기가 더 어렵게 된다. ‘조국 사태’는 이런 식으로 늪에 빠졌고, 대선과 맞물려 끝을 알 수 없게 됐다. 조 전 장관 본인의 1심 재판은 한창 진행 중이다.

판결에 불만을 표출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판사 탄핵을 외치는 것은 사법부를 위협하는 것이며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행위다.

판결 승복도 보기 어렵다. 지난달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 김경수 전 경남 지사가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김 전 지사는  “법정을 통한 진실 찾기가 벽에 막혔다고 진실이 바뀔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난 판결도 인정하지 않았다.

조 전 장관의 책 『조국의 시간』엔 “법학자로서 전직 법무부 장관으로서 기소된 혐의에 대해 최종 판결이 나면 나는 승복할 것이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조 전 장관은 과연 이 말을 실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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