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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정경심 판결문 보면 조국이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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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9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9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정경심 2심..1심과 일부 유무죄 바뀌었으나 4년형은 같아 #인턴십 위조에 조국도 동참..판사 '죄질이 나쁘다' 지적

1.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교수에 대한 2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고법(형사1-2부)은 11일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고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1심과 같은 형량입니다. 유무죄 내용은 조금 바뀌었습니다.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합니다. 여권에선‘정경심 수사가 엉터리임이 드러났다’는 주장이 나오고, 야권에선 ‘죄상이 재확인됐으니..조국은 석고대죄하라’고 촉구합니다.

2. 조국 관련 사건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해석이 첨예하게 갈립니다.
정경심 2심 판결은 조국 사태의 평가를 좌우하는 중대한 분수령입니다. 조국 본인에 대한 재판이 늦어지는 가운데..정경심 재판에 사실상 조국 사건의 거의 모든 것이 포함돼 있으니까요. 정경심을 통해 조국을 볼 수 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 내용을 따져보면..진상이 잡힙니다.

3. 혐의는 크게 3가지 입니다. 딸의 인턴십 위조. 사모펀드 관련. 증거인멸.

첫째, 인턴십 관련..1심과 2심은 모두 ‘7대 스펙’을 모두 ‘허위’로 판단했습니다. 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위해 ‘인턴십 확인서’ 7가지를 위조했다는 것입니다.
그 중 두 가지는 조국이 직접 위조했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조국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겁니다.

4. 둘째, 사모펀드 관련은 좀 복잡합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정경심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자본시장법 위반. 차명계좌로 거래(금융실명제법 위반)함으로써 조국의 공직자재산등록에서 해당부분을 누락(공직자윤리법 위반)했다는 혐의입니다.

2심은..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던 ‘미공개정보 이용 자본시장법 위반’일부를 무죄로 판결했습니다. 이 부분만 확대해석해 ‘펀드 관련 무죄’니까 조국 사태는 ‘윤석열의 억지 별건수사’라고 여권 일부에선 주장합니다. 과장입니다.
펀드 관련 혐의 중 무죄를 인정받은 부분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또 금융실명제법 위반과 공직자윤리법 위반은 1ㆍ2심 모두 유죄입니다.

5. 셋째, 증거인멸 부분은 1심에서 무죄였는데..2심에서 유죄가 됐습니다.
정경심은 자산관리인을 시켜 자택과 사무실에 있던 컴퓨터 등 증거를 은닉했습니다. 이건 팩트입니다.
1심에선 이런 증거인멸 행위를 ‘정경심과 자산관리인이 같이 했다’고 보고..‘본인이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인멸한 것은 처벌할 수 없다’며‘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2심에선..증거인멸 행위는 자산관리인이 혼자 했고, 정경심은‘자신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은닉을 지시한’교사범에 해당된다고 봤습니다. 본인의 증거인멸은 무죄이지만, 증거인멸교사는 유죄가 됩니다. 본인이 직접 감추지 않고 제3자에게 시킨 건..그 자체로 수사망을 피하려는 의도이기에 악성입니다.

6. 판결의 경중을 비교하긴 어렵지만..결론적으로 같은 중형(4년형)이 떨어진 것을 보면 죄의 무게는 비슷했나 봅니다.
그런데 주목되는 건 재판부의 결론 부분입니다. 죄상의 진위를 다툰 다음..마지막 형량을 정하는 과정에서 판사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밝히는데..1ㆍ2심 모두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습니다.

7. 나쁜 죄질로 지적된 사안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인턴십 확인서 위조입니다. 입시에 사용되는 문서를 여러차례 위조함으로써‘입시제도 자체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믿음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꾸짖었습니다.
다른 하나는..‘객관적 물증과 신빙성 있는 진술에도 불구하고 억지주장을 계속’한 점. 관련자들에게 허위진술을 유도하고, 객관적 증인들에게 ‘강한 적대감’을 보이며 비난을 계속했다는 점입니다.

8. 정경심은 왜 이처럼 재판에 불리한 태도를 굽히지 않을까요?

조국은 정경심의 주장과 같은 맥락의 글을 SNS에 계속 올려왔습니다. 이들은 재판 과정을 정치투쟁 과정으로 생각하는 듯합니다. 조국 사태 자체가 워낙 정치적 쓰나미였기에..당사자로선 그 파동에서 헤쳐나오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조국의 ‘가족으로서 고통’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팩트는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대법원에선 달라지길 기대해봅니다.
〈칼럼니스트〉
2021.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