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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문재인,임기초 대북환상서 깨어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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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문재인 대통령이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북 김여정 두차례 비난담화,지적질당하고 쪼그라든 한미연합훈련 #문재인의 대북환상이 초래한 굴욕..임기말 정상회담 꿈 버리길

1.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고 해야할까요? 10일 남북관계에 중요한 뉴스가 이어졌습니다. 아침부터 축소된 한미연합훈련의 사전연습격인 참모훈련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에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연합훈련을 비판하면서 ‘미군철수’를 주장했습니다. 오후 4시 문재인 정부가 ‘어렵사리 복원했다’던 연락통신선이 다시 먹통이 되었습니다.

2. 김여정의 10일 담화는 남한을 깔아보고 위협하는 모양새입니다.
‘끝끝내 정세 불안정을 촉진시키는 합동군사연습을 개시했다..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
‘거듭되는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강행하는 위험한 전쟁연습은 반드시 스스로를 더욱 엄중한 안보위협에 직면하게 만들 것이다.’
‘미군이 남조선에 주둔하는한 조선반도 정세를 주기적으로 악화시키는 화근은 절대 제거되지 않을 것이다.’

3. 지난달 27일 통신선이 회복되면서 훈풍이 불듯했던 남북관계는..사실 불과 나흘만인 지난 1일 김여정의 담화로 이미 찬바람이 돌았습니다.
‘며칠간 나는 남조선군과 미군의 합동 군사연습이 예정대로 강행될 수 있다는 기분 나쁜 소리를 계속 듣고 있다..예의주시해볼 것이다.’
‘군사연습은..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하는 재미 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다.’

4. 이미 예정된 한미 군사훈련을 불과 열흘 앞두고 취소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김여정이 문재인 정부에 무리수를 강요한 셈이죠.
김여정의 1일 담화가 나오자 남한 내부에서 여론이 갈라졌습니다. 여당과 야당이 갈라졌고, 여당 내부에서도 당대표의 ‘훈련불가피론’에 반발해 74명의 의원들이 ‘훈련연기촉구’ 연판장을 돌리는 분열상이 드러났습니다.

5. 결과적으로..이미 축소된 군사훈련이 한층 더 쪼그라든 형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김여정은 이런 훈련을 핑계로 해묵은 ‘주한미군 철수’카드까지 던졌습니다. 통신선마저 닫고 과거로 돌아갔습니다.
남한 국민 입장에선..김여정의 지적질에 자존심 상하고, 정치권의 분열에 짜증만 쌓였습니다.

6. 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날까요? 문재인 정부의 눈치없는 대북환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임기초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정상회담까지 이끌어낸 과정은..평화프로세스 기대를 가질만 했습니다. 그런데 복기해보니..그건 거의 전적으로 트럼프라는 괴짜 대통령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로켓맨 김정은과 코드가 맞고, 외교전략이라곤 전혀 없으면서, 참모들 얘기를 왕무시하는 트럼프..그는 진짜 예외적인 미국 대통령이었습니다.

7. 트럼프는 떠났습니다. 바이든은 트럼프와 정반대입니다. 그리고 문재인은 임기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임기초와 같은 평화프로세스를 꿈꾼다면..몽상가입니다. 정말 남북관계가 잘 풀린다고 해봐야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에서 정상회담이 가능할 겁니다.

8. 대통령선거가 내년 3월 9일입니다.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둔 남북정상회담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문재인은 2007년 10월 4일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할 당시 비서실장입니다. 대선 두 달 전 정상회담이 무슨 의미가 있었는가..누구보다 잘 알 겁니다. 북한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임기초 꿈에서 깨어나 임기말 마무리에 만전을 기할 때입니다.
〈칼럼니스트〉
2021.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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