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대선 앞두고 언론 자유 틀어막겠다는 여권의 오만

중앙일보

입력 2021.08.1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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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연주 제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9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열린 위원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정연주 제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9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열린 위원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그제 취임한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정치적 편향성 우려는 기우가 아니었다. 방심위의 여당 우위 구조(9명 중 정부·여당 몫 6명)에서 그제 위원장이 되고 내놓은 일성(一聲)에서도 뚜렷했다. 정파적일 뿐만 아니라 집행 의지도 노골적이었다.

‘편향의 아이콘’ 정연주, 방심위원장에
위헌 비판받는 언론중재법 상임위 상정

그는 취임사에서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란 이름 아래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채 거짓과 편파, 왜곡을 일삼는 행위에 대해선 위원회에 주어진 책무를 주저함 없이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방역정책과 백신 접종에 대한 근거 없는 불안감을 조장하는 이른바 ‘가짜뉴스’라고 불리는 허위조작정보, 혐오 표현이 무분별하게 유통돼 왔다”며 “위원회의 책무와 과제가 무엇인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가장 중립적 인사여야 할 방심위원장의 발언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잘못된 인식이다. 백신이 부족해 불안감을 키운 건 문재인 정부 아닌가. 민주주의 국가에선 이례적으로 모욕죄와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 책임까지 지고 있는 한국 언론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건 또 뭔가.

방심위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정 위원장은 위원장 호선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정치적으로 불편부당하게 하겠다고 약속하라”는 요구를 서너 차례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파적 취임사를 한 것이다. 그러니 야당에서 “편향의 아이콘인 정 위원장이 방송 공정성을 심의하는 건 소가 웃을 일”(박대출 의원)이라고 보는 것이다.

문제는 정 위원장의 인선이 하나의 돌발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통령 선거를 6개월여 남겨둔 여권의 ‘언자완박’(언론의 자유 완전 박탈) 드라이브의 일환일 수 있다. 언론개혁으로 포장해 언론 자유를 막는 일련의 조치 말이다. “뭐부터 지적해야 할지, 초점 맞출지 어려울 정도로 엉망”(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인 언론중재법을 강행처리하려는 의도도 마찬가지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법안소위에서 내용적·절차적 문제에도 일방 처리한 데 이어 어제 전체회의에도 상정했다.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한다. 언론계·학계·법조계의 압도적 반대도 외면한다. 여권은 언론의 신뢰가 낮다고 주장하는데, 행정연구원의 지난해 사회통합 실태조사에서 국회의 신뢰도는 17개 단체 중 최하위였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가 어제 “야당이 정쟁몰이로 삼고 언론단체가 집단행동에 나설 만큼 우악스러운 법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의 언론단체들이 한목소리로 반대 성명을 낸 데 이어 이례적으로 서명운동에 돌입할 정도로 우악스러운 법이 맞다. 한때 언론 자유의 옹호자를 자처했던 민주당의 몰염치에 아연할 뿐이다. 권력에 대한 언론의 견제 감시가 껄끄러워 봉쇄하려는 것 아닌가.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 자유를 훼손하면 역사가 반드시 심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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