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 개도국 시장 전망 큰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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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무디스가 너무 앞서가는가, 아니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지나치게 신중한 것인가. 양대 국제신용평가사의 러시아 등 이머징 마켓에 대한 시각차가 뚜렷하다. 무디스는 지난 8일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적격 등급 중 가장 낮은 'Baa3'로 상향 조정했다. 1998년 해외 채무에 대한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 이후 불과 5년 만에 러시아를 투자적격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빠른 경제 성장세를 감안할 때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권으로 상향한 것은 큰 무리가 없지만 조정 시기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반응이다. 러시아는 올 12월 총선과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반면 S&P는 러시아의 등급을 재조정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경제 개혁, 특히 금융 개혁이 수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투자자는 S&P의 이 같은 신중한 태도가 최근 러시아의 급성장과 부채 상환 능력의 개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러시아에 대한 이 같은 양사의 입장 차이가 신흥시장에 대한 시각 차를 다시 보여준 것이라고 13일 보도했다.

무디스는 카자흐스탄 공화국에 대해서도 2년 전 투자적격 등급을 부여한 후 현재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S&P는 여전히 통상 '정크'로 불리는 투기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나아가 최대 신흥시장국 중 하나인 멕시코의 등급을 정크에서 투자적격 등급으로 끌어올리는 데도 S&P는 무디스에 비해 2년이나 늦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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