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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에 혈서쓴 충북동지회···원래는 '조선노동당' 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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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4일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노동특보단이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후보였던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5월 4일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노동특보단이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후보였던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보안법 혐의로 조직원 4명 중 3명이 구속된 ‘자주통일충북동지회’(충북동지회)는 원래 ‘조선노동당 자주통일 충북지역당’이라는 명칭을 쓰려고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조선노동당’ 명칭은 쓰지 말라는 북한의 지침에 따라 명칭을 ‘동지회’로 바꿔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국가정보원·국가수사본부의 이들 4명에 대한 구속영장신청서에 따르면 구속된 충북동지회 고문 A(56)씨가 지난 2017년 5월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 조모씨를 만나 “충북지역에 북한의 전위 지하 조직을 결성하라”는 지령을 받고 돌아왔다. 이어 같은 해 6~7월 다른 조직원들과 예비모임을 갖고 ‘조선노동당 자주통일 충북지역당’으로서 강령과 규약을 논의했다고 한다.

북한 조선노동당 산하 통일전선부 대남공작부서인 문화교류국은 한국 시민·노동 단체 인사들을 포섭해 남한 내 지하당을 만들고, 이를 통한 국가 기밀 수집 및 북한 체제 선전 활동을 목표로 한 조직이다.

국정원 등 수사기관은 A씨 등이 결성한 조직 역시 대한민국의 체제 전복을 목표로 한 북한 문화교류국과 연계된 지하당 조직 운영체계와 일치한다고 봤다. 고문(A씨), 위원장(손모씨), 부위원장(B씨), 연락담당(C씨), 하부조직원(D씨‧불구속)이 일종의 삼각형(△) 구조로서 상명하복 체계 및 중앙집중 조직 구조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 주체사상에서 제시한 당건설 원칙과도 동일하다. 또 ▶조직비밀 사수 ▶적(敵) 생활 규범 준수 ▶수령방침 혁명적 관철 등 이른바 3대혁명 규율도 철저히 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 등이 예비모임 직후 북한 문화교류국은 ‘조선노동당 자주통일 충북지역당’ 명칭 사용에 대한 승인을 요청하자 거부했다. ‘조선노동당’과 연계가 드러나선 안된다는 게 이유다. 북한은 “본사(북한)와 연계 유무를 확인하지 못하도록 심중히(신중히) 표현들을 선택하고 어떤 경우에도 ‘조선노동당’이라는 표현을 이용해선 안된다”고 지침을 내린다.

이같은 북한의 구체적 지침에 따라 이들은 은밀하게 조직을 결성하면서 최종적으로 결성식에서 같은 해 8월 13일 '자주통일 충북동지회'라는 명칭을 채택하게 됐다는 것이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은 인터넷 언론사 대표가 운영하던 매체 홈페이지 메인 화면. [홈페이지 캡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은 인터넷 언론사 대표가 운영하던 매체 홈페이지 메인 화면. [홈페이지 캡처]

이틀 뒤인 8월 15일 ‘충북동지회 결성대회 정형’(상황)이란 제목의 대북 보고문에는 김정은 위원장(조선노동당 총비서)을 향해 “영명한 우리 원수님! 만수무강하시라!”(A씨), “위대한 원수님의 영도, 충북 결사옹위 결사관철”(B씨),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원수님과 함께”(C씨), “원수님의 충직한 전사로 살자”(손씨)라며 혈서(血書)로 맹세한 내용을 포함하기도 했다.

국정원 등은 이들이 결성한 동지회의 강령과 규약 역시 북한 주체사상을 본 딴 것으로 판단했다. ‘자주이념’은 ‘주체사상’을 단순 변형한 것으로, ‘민중제일주의’는 김 위원장이 주창한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변형했다는 것이다.

또 동지회의 강령 규약에 적힌 기본이념이나 방침 역시 북한 노동당 규약과 매우 흡사한 것으로 봤다. ‘민중제일주의’ (동지회 강령1조‧규약 1장1조)는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유일한 지도사상’(북한노동당 규약 서문) 과, ‘민족민주주의변혁운동이 당면과업’(동지회 규약1장 3조), ‘당면목적은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과업’ (북한 노동당 규약 서문)과 일치하는 식이다. 이외에도 이들은 강령에 “친미친일을 비롯한 온갖 반동적‧기회주의적 사상경향들을 철저히 배격하도록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앞서 손씨는 중앙일보와 통화 및 구속영장 의견서를 통해 “동지회는 출처가 불분명하며 공안기관이 조작한 유령조직”이라며 “이 사건은 국정원과 국수본에서 가공한 조작의 전형이자 짜맞추기식 수사와 불법 사찰을 통한 불법 취득물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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