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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영화 아닌 실화"…고대 신전도 위협하는 그리스 산불[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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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30년 만에 최악의 폭염을 겪는 그리스에서 수백 건의 산불이 발생해 전역이 화염에 휩싸였다고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BBC 등 외신이 일제히 보도했다.

8일(현지시간) 그리스 북부 에비아섬 페프키 마을에서 한 주민이 산불을 끄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그리스 북부 에비아섬 페프키 마을에서 한 주민이 산불을 끄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2주 간 그리스 수도 아테네 북부 삼림과 남부 펠로폰네소스 반도 산과 농지 등 최소 400여곳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여전히 최소 55곳이 불타고 있다.

가장 피해가 심각한 지역은 아테네 북부 에비아 섬이다. 울창한 숲이 우거진 이곳에서는 6일 전 발생한 두 건의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섬 전체를 덮쳤다.

화염에 휩싸인 그리스 에비아섬으로 소방 헬기 한대가 날아가고 있다. [트위터 캡처]

화염에 휩싸인 그리스 에비아섬으로 소방 헬기 한대가 날아가고 있다. [트위터 캡처]

주민과 관광객들은 당국의 대피 명령에 따라 배를 타고 바다 건너로 탈출했다. 해안 경비대는 크고 작은 배 10척을 동원해 주민들을 섬 밖으로 실어날랐다. 지난 7일 오전에만 349명이 피신했고, 현재까지 2000명 이상이 산불을 피해 섬을 떠났다. 소방헬기 17대가 출동해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강한 바람 탓에 작업에 애를 먹고 있다.

7일 밤(현지시간) 그리스 에비아섬 주민과 관광객 수백명이 산불을 피해 배를 타고 대피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7일 밤(현지시간) 그리스 에비아섬 주민과 관광객 수백명이 산불을 피해 배를 타고 대피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간신히 섬에서 빠져나온 한 관광객은 “재난 영화 같지만 실제 상황이었다” 며 당시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에비아섬의 한 주민은 “이번 화재로 숲이 사라지면서 우리는 직업을 잃었다”며 “정부도 손댈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는 신의 뜻에 달려있다”고 한탄했다.

산불이 발생한 그리스 에비아섬과 산불을 피해 배로 대피하는 주민들. [트위터 캡처]

산불이 발생한 그리스 에비아섬과 산불을 피해 배로 대피하는 주민들. [트위터 캡처]

지난달 말부터 잇따라 산불이 발생한 아테네도 피해가 심각하다. 아테네 북쪽 외곽 파르니타산에서 발생한 불이 마을로 향하면서 주택 수십 채가 불탔고,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유럽 산불 정보 시스템(EFFIS)에 따르면 지난 10일 동안에만 그리스에서 5만6655㏊(약 566.55㎢)가 불에 탄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 면적(605.2㎢)에 육박하는 규모다.

헬기에서 내려다 본 그리스 에비아섬 산불 진화 현장. [트위터 캡처]

헬기에서 내려다 본 그리스 에비아섬 산불 진화 현장. [트위터 캡처]

인명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그리스 전역에서 최소 2명이 사망하고 2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화재로 발생한 유해 물질로 시민들은 호흡 곤란을 호소하기도 했다. 고대 유적지도 위험에 처했다. 산불로 인한 검은 연기가 아크로폴리스 신전까지 퍼지자 당국은 주요 유적지 개방 시간을 단축했다. 고대 올림픽 발상지로 올림픽 성화가 채화되는 올림피아 헤라 신전과 경기장은 뒷산에서 발생한 불로 화재 위기를 겪었다.

당국은 남북을 잇는 주요 고속도로를 폐쇄하고, 소방 병력 1000명을 동원해 불길을 잡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영국과 프랑스도 각각 소방관 80여 명과 화재 진압용 비행기를 보내 손을 보탰지만, 주말 내내 강풍이 분 탓에 여전히 진압되지 않고 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정부의 모든 역량을 화재 진압에 쏟고 있다”며 “악몽 같은 여름”이라고 말했다.

7일(현지시간) 터키 무글라 인근 센야일라 마을에서 한 남성이 물을 이용해 나무에 붙은 불을 끄고 있다. [A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터키 무글라 인근 센야일라 마을에서 한 남성이 물을 이용해 나무에 붙은 불을 끄고 있다. [AP=연합뉴스]

폭염으로 인한 산불 피해는 남유럽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올 여름 최고 기온 49.1도를 기록한 터키도 열흘 넘게 산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평년의 8배 이상인 10만㏊(약 1000㎢)가 불에 타고. 최소 8명이 사망하면서 10년 만에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다. 지난 6월부터 산불이 발생한 러시아 북부 시베리아 지역을 비롯해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스페인, 프랑스 등 지중해 국가들도 산불이 곳곳에서 발생해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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